[서울신문 M&M]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 해병대원이 순찰 도중 머리에 저격을 당하고도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달 4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지방에서 순찰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병대 폴 부스로이드 병장은 반군의 갑작스런 총격을 받았다.
공격 당시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던 보스로이드 병장은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옥상 위에 고꾸라졌다. 탈레반 반군 저격수가 쏜 총알이 그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기 때문.
하지만 보스로이드 병장은 죽지 않았다. 불과 15분 뒤 그는 위생병이 응급처치한 붕대를 동여맨 채 담배를 피우며 괜찮다는 의미로 동료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내세워 보였다.
의무후송헬기(MEDEVAC)에 실려 야전병원에 도착한 병장의 상태는 기적에 가까웠다. 날아온 총알은 방탄 헬멧마저 뚫고 들어와 그의 오른쪽 귀 뒤편, 척수와 대동맥에서 불과 수 ㎜ 떨어진 곳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총알이 박힌 곳은 너무 위험한 곳이었기 때문에 병장은 야전병원에서 독일을 거쳐 미국 본토 메릴랜드주의 베데스다 해군병원으로 급히 후송돼 그곳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뒤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보스로이드 병장의 몸에서 나온 총알은 ‘7.62x52㎜R’탄으로, 구소련의 대표적인 저격총인 ‘드라구노프 SVD’(Dragunov SVD)에서 쓰이는 탄이었다.
총과 총알의 위력을 생각하면 병장이 죽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였지만, 총알이 수십 겹의 방탄재로 만들어진 헬멧을 뚫고 들어오면서 방향이 바뀌고 위력이 줄어든 덕분에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를 검사한 신경과 의사조차 ‘기적 같은 행운’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병장의 목숨을 구한 헬멧은 ‘LWH’(Lightweight Helmet)라 불리는 제품으로, 기존의 ‘PASGT’ 헬멧을 대신해 지난 2004년부터 해병대에 지급됐으며 2009년 교체가 완료된 신형이다.
이 헬멧은 가벼우면서도 견고해 아프간이나 이라크에서 헬멧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는 등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한편 보스로이드 병장은 이번 일로 미군의 상이훈장인 ‘퍼플하트’(Purple Heart)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병원에서 지내면서 급조폭발물(IED) 등에 팔이나 다리를 잃은 병사들을 봤다. 내가 그들과 같은 훈장을 받을만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가능하다면 이번 가을에 있을 우리 부대의 두 번째 아프간 파견에 동참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사건 직후 폴 보스로이드 병장, 머리에서 발견된 총알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