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영문화 토론회 참석한 제롬 E 드리스콜 주한 美 해병대 부사령관
상관·동료 연대책임 물어 사병의 사령관 直報 보장
국민에게 믿음 주려면 악습 철폐하고 최정예 대우를

"미 해병대원들은 '동료들을 버리고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 '모든 동료가 (나를 위해) 희생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믿으며, 이것이 최정예 부대가 된 비결이다."

제롬 E 드리스콜 주한 미군 해병대 부사령관(대령·53)은 22일 용산 미군기지 내 주한 미 해병대사령부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에서 열린 병영문화혁신 대토론회에 참석해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하지 않으면 전장에서 선봉에 설 수 없다"고 말했던 그는 한 달 전 한국에 부임했다고 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하와이에서 근무할 때 두 차례 한미 연합 팀스피리트, 을지포커스렌즈(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등에 참가하면서 한국군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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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드리스콜 주한 미군 해병대 부사령관이 22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자신의 집무실에서 최근 우리나라 해병대 총기사고와 관련, 미군의 해병대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지난 18일 해병대 토론회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한국 해병대는 엄격한 군기, 열성적인 복무자세, 힘들지만 효과적인 훈련 등이 강점이다. 하지만 가혹행위를 상관에게 보고해도 불이익이 없어야 하고 또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장교들은 (보고를 받았으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하고 없었다면 장교에게 책임이 있다. 해병대 복무에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국 해병대는 능력 있는 군대다. 최근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해병대 전체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선 안 된다."

―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하지 않으면 전장에서 선봉에 설 수 없다"고 했는데….

"(사건·사고로) 한 명을 잃으면 모든 해병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적에게 이길 기회를 주게 된다. 해병의 가족·친구들에게도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악습을 철폐하고 장병들을 바르게 육성해야 한다. 국민의 아들 딸들이 해병에 대해 무언(無言)의 믿음을 갖고 입대하는데 군은 이 믿음에 보답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최정예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미 해병대에는 가혹행위가 없나.

"미 해병대에도 가혹행위는 존재한다. 항상 가혹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가혹행위 발생 시 미군 복무규율에 따라 내부 징계를 받거나 심할 경우 군법회의에 회부된다."

―미 해병대에선 가혹행위를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장교 등 상관이나 동료가 가혹행위를 묵인하거나 알고도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함께 처벌을 받는 연대책임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해병대 중대에서 가혹행위로 인해 다친 사람이 군 병원에 가면 병원에서 (가혹행위 가능성 등에 대해) 지휘관에게 통보가 되는데 지휘관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그 지휘관은 해병대에서 영구제명돼 불명예제대 할 수도 있다. 또 '리퀘스트 마스트(Request Mast)'라 불리는 일종의 직보(直報) 제도가 있다. 사병이 지휘명령 라인을 건너뛰어 사령관에게 직접 가서 가혹행위 등을 보고하거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메일로도 가능하다."

―미 해병대가 정예부대로 성장한 비결은.

"해병대원이라면 인종·종교·성별·소득수준 등과 무관하게 모두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미 해병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북한 등의 모든 돌발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모토는 '항상 충성을(충실하라)!'(Always Faithful)이다." <조선일보 유용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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