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웅 아니다… 전사·참전 장병 몫이다” / 국방일보 2011.09.19
마이어 병장, 아프간서 적진 돌진 36명 구출
병사 맥주 한 잔 요청 들어준 군 최고 통수권자 :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정원
에서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다코타 마이어 해병대 병장과 맥주를 마시며 전장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마이어 병장에게 훈장을 직접 걸어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이어 병장이 보여준 군인정신을
극찬했다.연합뉴스
“나는 영웅이 아니다. 이 훈장은 목숨을 잃은 장병들과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 몫이다.”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 다코타 마이어(23) 해병대 병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 병장이 왜 이 자리에 섰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2년 전인 2009년 9월 8일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지역 간즈갈 계곡 전투에 참가한 마이어 병장은 전사한 전우 4명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아프간 무장세력의 총탄 속에서도 험비(수송 차량)를 몰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현장 지휘관은 당시 상황이 너무도 위험해 부대원들에게 제자리를 지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마이어 병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옳다고 생각한 일을 감행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했다.
오른팔에 총상을 입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한 결과 4명의 동료 장병 시신은 물론 궁지에 몰린 13명의 다른 동료대원과 다친 아프간 장병 및 민간인 23명도 구해냈다. 최소 8명의 적군도 사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 병장을 바라보며 “당신의 명예로운 행동으로 36명이 지금 살아 있다”면서 “당신의 용기로 4명의 미국 영웅은 고국 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높이 치하한 뒤 그의 목에 무공훈장을 직접 걸어 주었다. 생존 해병대 장병으로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마이어 병장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대 청년인 마이어 병장의 인간적이고 겸손하며 건실한 면모도 전했다. 무공훈장 수여 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알리기 위해 백악관 참모들이 그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 하지만 그 참모는 마이어 병장의 점심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마이어 병장은 일과시간에는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마이어 병장은 또 이날 훈장 수여식을 위한 의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의 ‘군 총사령관‘(오바마 대통령)과 맥주를 한 잔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소개했다. 두 사람은 14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 밖에서 맥주 한 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훈장 수여식에 앞서 여러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마이어 병장은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면서 “전우들이 모두 숨졌기 때문에 나는 실패했다”고 전쟁영웅 찬사를 거부했다.
1988년 6월 켄터키 주 컬럼비아에서 태어난 마이어 병장은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2006년 해병대에 입대했다. 2010년 현역 임무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현재는 해병대 예비군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명예훈장 수여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참전군인 가운데 열 번째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도 16일 펜타곤으로 마이어 병장을 초청해 격려했다. <국방일보 김종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