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용의 망원 조준경(스코프)과는 별도로, 일반 보병에게 스코프를 표준 조준장비로 지급하거나 적어도 분대에 하나 정도 수준으로 지급되는 준저격용 조준장비로 지급하려는 시도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실현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본격적인 저격용 스코프가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6배율, 8배율, 그리고 10배율 이상으로 강화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반 보병 분대급에서 운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스코프는 4배율을 넘어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것은 21세기인 현대에조차도 큰 차이는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제 적용 가능한 거리, 그리고 시야각의 문제다. 배율이 크면 먼 거리의 표적을 정확히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보병이 이수하는 사격술 수준에서는 6~10배율 수준의 스코프가 요구되는 거리의 표적을 효과적으로 명중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300~400m 정도 거리에서 유효한 보통인 4배율 스코프에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배율이 높을수록 한 번에 관찰 가능한 시야각도 좁아지며, 이것은 활발하게 주변을 경계하는 일반 보병분대의 임무특성상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저배율(배율이 낮은) 스코프를 보병의 표준 조준장비로 채택한 최초의 사례는 영국과 오스트리아다. 두 나라 모두 조준선(가늠자-가늠쇠 사이의 거리)이 매우 짧은 불펍식 소총을 채택했기 때문에 그 약점을 보충하고자 스코프를 도입한 면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기존의 가늠자 -가늠쇠에만 의존하는 일반 보병의 조준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낀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펍식 소총이라는 총 자체의 약점 보완 때문이 아닌, 광학 스코프의 장점을 중시해 채택한 나라가 곧 나왔다. 바로 캐나다로, 캐나다군은 자국군이 채택한 C7A1소총(M16A2의 캐나다군용 모델)에 엘칸(ELCAN) 4배율 스코프를 표준 조준장비로 채택했던 것이다. 이들은 스코프가 기존 가늠자 -가늠쇠보다 나은 측면을 잘 연구했고, 그 결과로 조준장비를 채택했던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저배율 스코프로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이라면 역시 미국의 ‘트리지콘’ 사에서 만든 모델인 ACOG일 것이다. 이것은 3중 수소(트리지콘)를 이용, 낮 동안의 빛을 축적해 밤에 조준선을 밝히며 외부 충격 등에 매우 강한 내구성을 보인다. 여러 모델이 있으나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4배율의 모델로, 이것은 사격술을 중시하는 미 해병대의 표준 개인화기 조준장비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군도 최근 이것을 표준 개인용 조준장비로 채택하는 등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돼 있다.
물론 이런 저배율 스코프라도 시야각이 맨눈, 혹은 배율 없는 도트사이트등에 비해 좁아 지근거리(특히 시가전)에서의 대처가 불편하다는 약점은 있다. 그러나 일반 소총에 중거리 수준의 정밀사격 능력을 부여한다는 면에서는 매우 요긴하며, 개인용으로 지급하지 않는 미 육군도 분대당 ACOG 1개를 지급해 지정사수용으로 운용 중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