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일본 자위대가 선제공격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해병대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스스로 폐기키로 한 무기 부품을 계속 구입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육상자위대는 수륙양용차 4대를 25억엔에 구입키로 했다. 기종으로는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AAV7'형이 유력하다. 자위대는 도서지역 방어와 탈환을 위해서는 상륙작전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이를 수행할 육상전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사태를 의식해 해양 진출과 군사력 팽창을 활발히 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사실상 해병대 창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미즈카 에이지(君塚榮治) 육상막료장(육군 참모총장)은 최근 "해병대적 기능을 갖춘 장비와 훈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도 도서지역의 방어와 탈환을 위해 해병대를 보유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해병대 창설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육상자위대는 지난달 괌에서 적에게 빼앗긴 섬 탈환을 위한 합동훈련을 통해 미 해병대로부터 상륙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하지만 해병대 기능 보유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섬 탈환을 전제로 한 해병대는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에 위배될 수 있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점령할 경우에 대비한 상륙작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을 겨냥해 작성한 방위대강이나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조차 해병대 창설 필요성을 언급한 곳은 없다. 섬 탈환을 위해서는 작전 위험성이 부각되는 상륙작전보다 보급로를 차단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자위대는 또 스스로 사용을 금한 집속탄(클러스터 폭탄) 탄두 조립용 로켓 모터 구입비로 2010년 5억6,000만엔, 2011년에도 3억2,000만엔을 지불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구입한 모터는 한차례도 사용되지 않은 채 창고에 보관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개의 탄두에 여러 개의 폭탄이 들어있어 민간인을 살상할 우려가 높은 집속탄은 비인도적인 무기로 취급돼 국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일본도 2009년 9월 사용금지조약에 비준했다.
자위대 관계자는 "모터와 규격이 맞는 탄두 개발을 염두에 두고 발주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집속탄 사용을 지속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는 "육상자위대는 새로운 활동 영역을 찾지 못할 경우 존재감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센카쿠 문제로 긴장이 높아진 상황을 이용해 다양한 활로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한창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