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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유럽에서는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은 말로는 중립을 선언했으나 많은 군수물자를 프랑스에 팔아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이에 영국이 미국의 선박을 강제로 나포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또 미국 북서부 인디언들에게 무기를 줘 미국의 프런티어를 막으려는 영국의 정책까지 겹치면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미국 의회에서 주전론이 우세해지면서 1812년 6월 18일 미국은 영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이 노린 것은 무역봉쇄 해제와 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인디언과의 분쟁을 종식시켜 서부개척을 쉽게 하는 것이었다.

22011.jpg
미국의 핵잠수함(버지니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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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추장 테쿰세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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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쿰세의 인디언을 격파하고 미영전쟁을 승리
로 이끈 핸리 해리슨(후에 미국 대통령이 됨).


1812년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군이 가장 먼저 마주친 적은 인디언인 쇼니족이었다. 쇼니족의 영토는 인디애나 주와 켄터키 주에서 시작해 미시간 주를 지나 미국과 영국령 캐나다를 갈라놓은 오대호의 북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쇼니족 추장이었던 테쿰세(Tecumseh)는 영국 편을 들어 독립국가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영국의 독립 약속을 믿고 테쿰세는 영국 편에 서서 미국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테쿰세가 거느린 인디언들은 캐나다 총독인 아이작 브록(Issac Brock) 장군 휘하의 영국군에 합류했다.

이때 미국의 지휘관은 미시간 주의 총독 헐 장군이었다. 그는 소심하고 겁이 많고 비관론자로 제너럴십이 형편없던 사람이었다. 미군이 몬트리올 방향으로 진격하면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날씨라는 복병이었다. 우기에 접어들면서 북서부 지역은 비가 자주 내렸다. 비가 내리면 마차 행렬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고, 비가 그치면 딱딱하게 굳은 바퀴 자국의 심한 요철로 통행할 수 없었다.

 미국군은 세찬 비바람에 시달렸고 약해진 병사들은 말라리아에 걸려 수도 없이 죽어갔다. 신출귀몰하게 나타나 미군을 잡아가거나 죽이는 인디언들로 인해 미군들의 사기는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헐 장군의 미국군은 1812년 8월 16일 항복했다. 영국군은 별 저항 없이 디트로이트로 입성해 2500명의 미국군을 포로로 잡았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테쿰세와 그가 이끄는 인디언들이었다. 브록 장군은 자신의 붉은 견장을 풀어 테쿰세의 허리에 감아주면서 깊은 감사를 표했다.

 첫 전투에서 승리해 디트로이트를 장악한 영국군을 향해 2000명의 미국 켄터키 병사가 진격해 오고 있었다. 이때도 테쿰세는 그 지역에 부는 바람을 이용했다. 프레리 초원에 불을 질러 그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또 지형을 이용한 덫으로 미국 민병대원 600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거두기도 했다.

 테쿰세와 인디언을 잘 활용했던 브록 장군이 죽고 영국군의 후임으로 프록터(Henry Proctor) 장군이 임명됐으나 그는 군인이라기보다 단지 외교관일 뿐이었다. 굳건했던 인디언과 영국군의 동맹에 금이 가면서 인디언 독립국가를 만들겠다는 테쿰세의 꿈도 점차 멀어져 가게 된다. 윌리엄 핸리 해리슨을 미영전쟁의 지휘관으로 세운 미국은 영국의 오대호 함대를 격파한다. 이에 영국의 프록터 장군은 포위될 가능성에 겁을 먹고 디트로이트 요새를 포기하려 한다. 테쿰세는 자신의 정예 병력인 1000명의 용사가 매복해 있다가 공격하면 미국의 진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프록터 장군은 테쿰세의 제의를 거부한다. 그러나 병력도 줄어들어 퇴각하는 영국군에 유일한 희망은 인디언 용사들뿐이었다. 테쿰세는 비버의 서식처인 늪 가장자리의 무성한 덤불 뒤의 그늘을 은폐물로 삼아 머스킷 총으로 무장한 용사 1000명을 매복시켰다. 이곳은 영국군을 뒤쫓는 미국군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날은 전형적인 캐나다의 가을밤이었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면서 땅 위로는 아름다운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늪지대의 물에서 솟아오른 물안개가 낮지만 짙게 끼고 있었다. 아침이 돼 태양이 떠오르면서 서리가 녹아 안개로 변했고, 물안개가 짙게 끼면서 주변은 1m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안갯속에 묻혀 버렸다.

 미국군의 첫 번째 기병대가 매복한 지역을 통과했지만, 인디언들은 짙게 낀 안개로 적을 식별할 수 없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늪지를 통과한 미국군은 영국군을 향해 공격했다. 영국군은 거의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항복해 버렸다. 영국군 중 제41연대의 50명 만 겨우 살아 도망쳤다. 두 번째 미국 기병대가 진격해 오는 것을 알아차린 테쿰세는 공격을 명령한다. 이제 인디언이 갖고 있던 지형적인 유리함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때문이었다. 미국군과 인디언의 백병전이 벌어졌다. 전투가 벌어지자 승리했던 첫 번째 미국 기병대가 돌아와 거들었다. 후방에 뒤따라오던 미국 보병도 인디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디언의 패배는 시간문제였다. 미국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없는 테쿰세의 인디언은 이 전투에서 전멸하고 말았다.

 전사가들은 당시 안개가 끼지 않아 미군이 인디언에게 참패를 당했다면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은 바뀌었을 것이며 인디언 국가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1814년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영국이 미국과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TIP]위대한 인디언의 영웅 테쿰세-독립의 꿈 안고 전투를 이끌다 실패로 돌아가

“우리 인디언 가운데 땅을 백인들에게 팔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 많은 공기나 더 넓은 바다는 팔지 않습니까? 이땅은 우리의 위대한 정령께서 우리에게 살라고 창조한 곳입니다. 백인들은 우리의 땅을 무자비하게 빼앗고 있습니다. 인디언 모든 부족이 힘을 합쳐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쇼니족 추장 테쿰세의 말)

 미국 개척민들이 서쪽과 북쪽 지역으로 국경을 확장하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갈 때 그들의 진격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인디언이 쇼니족이었다.

쇼니족의 추장이었던 테쿰세는 위대한 인디언의 영웅이었다. 그는 백인들과 타협하지 않았다. 테쿰세는 미국에 있는 모든 인디언이 힘을 합쳐 백인들의 침략에 대항하자고 역설했다.

 그의 리더십에 많은 인디언 부족이 힘을 합쳤다. 독립의 꿈을 안고 전쟁에 참여했던 테쿰세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는 진정한 1812년 전쟁의 영웅이었다. 미국인들이 그를 존경한다는 증거가 있다.

미 해군의 최신예 핵잠수함은 아무런 표지도 없다. 다만, 잠수함 승무원들만 그 이름을 알 뿐이다. 미국이 보유한 최신 핵잠수함의 이름 중 한때 미국 군대를 호되게 징벌했던 인디언 용사의 이름을 딴 핵잠수함이 있다. 바로 ‘USS 테쿰세’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출처 : 국방일보 기획 기후와 역사, 전쟁기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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