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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승패 가른 `4일 해전' / 국방일보 2011.03.23

“앞으로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네덜란드는 전함이나 선박의 확보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바로미터라고 보았다. 선박 확보 정책에 힘입어 1634년에 이르러 네덜란드는 유럽 전체 상선의 4분의 3에 달하는 2만4000여 척의 선박을 보유하는 해양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막강한 선단과 해군력을 배경으로 네덜란드의 무역상들이 세계를 누볐다. 이들은 동인도 회사와 서인도 회사를 설립하고, 동양의 후추·설탕 등을 독점하는 등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네덜란드를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영국은 1651년 항해조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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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뢰이터 제독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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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해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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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전함

영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건은 생산국 혹은 영국의 배로만 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쟁은 불가피했다. 이때부터 4차에 걸쳐 영국과 네덜란드는 생존을 건 전쟁을 벌이게 된다.

 제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은 1652년부터 1654까지 이어졌다. 이 전쟁에서 영국은 네덜란드의 해군을 격파하고 웨스트민스터 조약을 맺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네덜란드는 1665년 영국이 뉴암스테르담(뉴욕)을 점령하자 영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1666년 6월, 영국과 네덜란드 간의 2차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네덜란드 해군을 이끌었던 데 뢰이터는 그 시대의 해군 장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장군이었다.

 동풍이 불어오자 데 뢰이터는 함대를 이끌고 영국 해안을 향해 출격했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지면서 풍향이 남서풍으로 바뀌자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데 뢰이터는 함대를 이끌고 ??르크와 다운스 사이에 있는 투묘지(投錨地 :배를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려놓는 곳)로 되돌아왔다. 영국의 뭉크 사령관은 바람이 남서풍으로 바뀌자 함대를 이끌고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함대가 풍하 측에 위치하게 돼 바람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뭉크 사령관은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35척의 전함을 이끌고 네덜란드 해군이 투묘한 곳을 공격해 들어갔다. 첫 전투에서 네덜란드의 대형함정 한 척을 격침했으나, 데 뢰이터가 이끄는 네덜란드 중앙전대의 공격으로 기함 중 두 척이 무력화됐다.

 다음 날 다시 영국과 네덜란드 해군은 맞부딪쳤다. 먼저 네덜란드 함대가 풍상 쪽을 차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이 더 잘되고 바람을 거슬러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영국 함대가 공격하기에 좋은 풍상 측을 차지해 버렸다. 이날 영국 전함 44척, 네덜란드 전함 80척이 전투에 참가했다. 전투가 벌어지면서 이내 영국이 가졌던 풍상 측의 이점이 사라졌다. 전함들이 집중되지 못하고 흩어지면서 전력이 분산된 것이다. 뛰어난 네덜란드의 데 뢰이터가 이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빠른 기동과 능숙한 지휘로 영국 해군을 압도했다. 피해가 증가하자 뭉크 사령관은 후퇴를 명령했다. 영국 전함들은 영국 해안을 향해 후퇴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전함은 영국 전함을 추격하면서 타격을 가했다.

 3일째 되는 날에도 영국 해군은 계속 서쪽으로 퇴각했다. 영국 함대 중에서 가장 크고 훌륭하며, 90문의 함포를 장착한 로열 프린스 호가 네덜란드 해군에 나포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4일째 되는 날 대규모 해전이 벌어졌다. 데 뢰이터가 이끄는 네덜란드 해군은 풍상 측에 자리 잡았고 영국 함대는 풍하 측에 위치했다. 주력을 이끌고 풍상 측에서 진두지휘하던 데 뢰이터는 네덜란드의 후미전대가 영국 중앙전대 전함 뒤쪽에서 나타나자 전력을 집중해 공격을 시작했다. 양쪽에서 공격받은 영국 함대는 네덜란드의 포격과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의해 혼란에 빠졌다. 영국 함대의 전투 진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뭉크 사령관은 화공선 한 척만을 이끌고 황급히 도망쳤다. 이 전투에서 네덜란드 해군은 2000명의 병사와 4척의 함정을 잃었다. 이에 반해 영국은 사망 5000명, 포로 3000명, 그 밖에 17척의 함정을 잃는 큰 피해를 입었다. 영국의 대참패였다. 바람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이 순간에 영국 함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두 분리돼 버렸기 때문에 가위 장관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함정들 중 가장 커다란 무기가 풍상의 위치를 차지한 반면, 가장 큰 전함들이 사령관을 둘러싸고 있던 영국 함정들은 풍하의 위치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승리하고 영국이 패배한 원인이었다.” 네덜란드 ‘4일 해전’ 전사 기록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처럼 영국과 네덜란드 2차 전쟁의 승리는 바람의 이점을 이용한 네덜란드에 돌아갔다. 바람이 승패를 가른 것이다.

 영국은 2차 전쟁 기간에 네덜란드로 진격시켰던 육군이 프랑스군에 패배했는가 하면, 극심한 전염병과 1666년의 런던 대화재 등 국가적 어려움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네덜란드와의 4일 해전에서 결정적 패배를 당했다. 결국 영국은 굴욕적인 브레다 조약을 맺고 전쟁을 종결한다.

 

[TIP]풍상과 풍하 및 각국 전함 비교-풍상·풍하 선호에 따라 드러나는 해전 전략

범선 시대에 벌어진 해전에서 풍상(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측이 공격에 매우 유리했다. 풍상과 풍하(바람이 불어가는 쪽) 사이의 차이점은 각국의 해전 전략을 통해 드러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풍상의 위치를 선호했다. 이 나라들은 주로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랑스 해군은 풍하 측을 선호했다. 풍하의 위치를 차지해 공격해 오는 적함에 타격을 주는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결전을 피함으로써 자국의 함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당시 유럽의 3대 해양강국은 영국과 네덜란드·프랑스였다. 전함의 특징을 보면 프랑스 함정들의 배수량이 영국 함정보다 더 컸다. 프랑스 함정은 만재 시에도 포대의 높이를 더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 선체의 선도 더 훌륭했다. 이러한 장점들은 미군이 그들의 해군력을 건설할 때 프랑스를 모방한 이유다. 뛰어난 전함을 갖고 있었음에도 프랑스가 해양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실패한 것은 뛰어난 해군 장군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전함들은 해안의 특징 때문에 바닥이 평평하고 흘수가 낮아 급박한 상황이 초래됐을 때 여울 사이로 쉽게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가벼우면서 작았다. 영국 전함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중간 크기로 만들어졌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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