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의 단계적 철수로 폭탄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 폭발물 탐지 군견(軍犬)을 연내 70% 가량 늘리기로 했다.
오는 7월부터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시작하는 미군은 현재 350마리 수준인 폭발물탐지견을 올 연말까지 650마리로 늘릴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현재 10만명 수준이지만 7월에 5,000명, 올 연말에 5,000명이 철수할 예정이다.
군견들은 미군과 주민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제폭탄을 탐지하는 능력이 탁월해 2007년 미 해병대가 9마리를 첫 투입했으며 약 4년만에 350마리로 늘어났다.
군견들은 1마리당 최고 4만달러까지 들여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현재 아프간 남부에서 각종 위험한 임무를 해내고 있다. 군견으로는 보통 독일ㆍ벨기에산 셰퍼드나 말리노이즈 등이 많이 이용되지만 아프간 파견 해병대는 90여m 이상 떨어진 폭탄을 감지해낼 정도로 뛰어난 후각과 얌전한 성품을 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종(種)을 주로 쓴다.
군견 교육시설이 위치한 텍사스주 랙랜드 공군기지의 게리 프록터 대변인은 "군견은 시설보호ㆍ추적ㆍ수색ㆍ구조 임무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의 미군 부대에서 활약중인 군견은 약 2,700마리로 10년전 9ㆍ11 테러가 발생하기 전의 1,800마리에 비해 50% 늘었다.
미 제6해병 2대대 F중대는 지난해 가을 탈레반의 근거지인 아프간 마르자 지역을 수색하던 중 래브라도 리트리버 군견을 공격하려던 이 지역 개 한 마리를 즉시 사살했다. 마뉴엘 제페다 중대장은 “군견이 다쳤더라면 구급 헬기를 불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 기관총 사수이자 군견병인 콜튼 러스크(20)는 지난해 12월 아프간 남부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샌긴 지역에서 저격수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파트너인 군견 엘리가 러스크의 몸 위로 올라가 그를 보호하려고 애썼지만 러스크는 사망했다. 아들이 보내는 사진ㆍ편지 등을 통해 엘리를 잘 알고 있던 부모들은 아들의 분신이자 파트너를 입양하길 원했다. 엘리는 올 2월 3살의 나이로 조기 전역해 러스크의 부모가 사는 텍사스 집에서 살고 있다. 러스크의 어머니 캐시는 "엘리가 집에 오자마자 간 곳이 콜튼의 방이었다. 엘리는 주변에서 계속 냄새를 맡더니 콜튼이 자던 침대 위로 훌쩍 올라갔다"면서 "지금 우리는 엘리를 보는 즐거움에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받은 군견도 매우 무더운 날 등에는 보통 개와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봄 아프간 남부의 대표적 위험지역인 헬만드에서 군견 탱고는 미 해병대 순찰 중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인근에 폭발물이 있다는 신호였다. 순찰대는 폭발물 제거반이 도착해 주변을 수색하는 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는 40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임무도 내팽긴 채 길 옆 수로에 뛰어들었다. 펄펄 끓던 몸이 식자 탱고는 올라오려고 버둥거렸지만 수로 제방의 경사가 너무 가파라 결국 해병대원이 수로에 들어가 안고 나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