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M&M]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기존의 ‘험비’를 대신해 폭넓게 사용 중인 ‘MRAP’ 차량이 병사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됐다.
오는 30일 퇴임을 앞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MRAP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보내진 이후, 이들이 구한 병사들이 수천, 수만(thousands of)에 이른다.”라고 밝혔다.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은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2001년 이후 대전차지뢰나 IED 같은 폭발물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면서 급하게 개발된 신형 전술차량으로, 트럭에 장갑화된 승무원실을 올려놓은 다소 투박한 외형을 하고 있다.
이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V’자로 만들어진 차체바닥이다. 지뢰나 IED가 차량 밑에서 폭발하면 그 압력이 V자의 바닥을 타고 차량의 양옆으로 뿜어져 나간다. 병사들이 있는 승무원실은 두터운 장갑과 방탄유리로 보호되기 때문에 차량이 완전히 파괴되더라도 치명상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이라크전 초기 미 해병대가 보유한 MRAP 차량인 ‘쿠거’(Cougar)는 300회의 폭탄 공격을 당했음에도 단 한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가 공개되자 미군은 2007년 1만 대의 MRAP을 구입해 이라크와 아프간에 보냈었다.
게이츠 장관은 “MRAP이 병사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병사들은 자신이 (폭발물) 공격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을 때 비로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RAP이 “수천 수만의 생명과 그 몇 배에 달하는 그들의 사지(四肢)를 구했다.”고 평했다. 다만 게이츠 장관은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합동프로그램사무국(JPO)은 MRAP이 작전 중 공격을 당했을 때 타고 있던 병사의 숫자에 기초해, 이 차량이 이라크에서 1만, 아프간에서 3만 등 약 4만 명을 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현재(24일 기준)까지 미군은 이라크에서 4453명, 아프간에서 1526명의 전사자를 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미군은 약 2만 7000대의 각종 MRAP을 도입해 일선이나 훈련부대에 배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아프간에 파견된 오쉬노 부대용으로 미군 것과 같은 ‘맥스 프로’(Maxx Pro DASH)를 10여 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사진 = 맥스프로 MRAP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