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대규모 위장무늬<덧옷> 전투복 사용 / 2011.08.01 국방일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무장친위대의 위장무늬 덧옷(Smock). 세계 최초로 전군에 위장무늬 장비를 지급한 군대는 이탈리아군이지만, 정작 위장무늬 전투복의 첫 지급은 당시만 해도 극소수에 불과하던 공수부대에 지급한 것이 고작이었다. 보다 대규모로 위장무늬 전투복이 지급된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의 독일군 무장 친위대(Waffen SS)가 처음이었다.
독일군의 무장 친위대는 현대적 국가의 군사 조직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규모의 사병(私兵) 집단이었다.
원래 히틀러의 개인 경호조직으로 120명 규모로 시작된 이 부대는 히틀러의 최측근인 하인리히 히믈러의 영향력, 그리고 정규군을 견제하며 히틀러 자신이 지휘할 수 있는 사병 조직의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대대적으로 확장을 거듭해 전쟁 말기에는 무려 38개 사단이라는 규모로 확대됐고 역할이나 전공 역시 정규군의 그것과 충분히 비견될 만한 수준이었다.
자신들이 최고의 엘리트라고 자부한 무장 친위대는 장비면에서도 정규군과의 차별화를 어느 정도 시도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위장무늬 전투복이었다.
정규군의 경우 워낙 병력이 많았기 때문에 위장복의 개발과 지급에 시간이 필요했고, 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완전한 위장무늬 전투복 지급에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그래도 위장무늬 판초우의는 표준으로 지급됐다) 신생 조직이고 처음에는 규모가 작은 데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원하던 무장 SS는 이런 장애가 훨씬 적었던 듯하다. 어쨌든 1937년부터 무장 SS는 독자적인 위장복인 ‘Platanenmuster’, 즉 ‘일반 수목 위장’ 전투복을 채택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 자체는 1942년까지 사용됐지만, 그 뒤로도 위장복의 사용은 계속돼 전쟁이 끝날 때까지 7종의 위장무늬가 개발돼 실전에 투입됐다. 이것으로 무장 SS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의 위장복 사용이 시작된 군사조직으로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무장 SS의 위장 전투복은 본격적인 전투복이기보다 일종의 덧옷(스모크:Smock)이었다. 정식 전투복 자체는 정규군과 같은 녹회색(Feldgrau)이었으나 야전에서는 그 위에 위장무늬가 그려진 덧옷을 입고 전투에 나서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 맞는 위장 철모 커버도 준비돼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이들의 위장무늬 덧옷이 리버서블, 즉 뒤집어 입는 것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름이나 봄에는 녹색 계열이 강한 위장무늬를 사용하다가 가을이나 초겨울이 되면 뒤집어서 갈색 계통의 위장무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사용한 위장무늬 자체는 녹색과 갈색 계통의 색상을 수많은 점으로 찍은 도트 패턴(Dot Pattern)으로, 대학교수가 포함된 전문 연구진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로 얻어진 우수한 것이었다.
무장 SS의 위장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장 SS의 상징처럼 사용됐으며, 전쟁 후반에는 전투복 위에 덧입는 덧옷 타입이 아니라 아예 전투복 자체에 위장무늬가 프린트돼 지급되기까지 했다.
또한 독일군의 정규군인 ‘국방군(Wehrmacht)’ 역시 전쟁 후반에는 위장복장을 운용하게 됐으며, 영국과 독일 역시 독일군에 자극받아 위장복의 연구를 본격화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뒤에도 일부 국가들은 독일군의 위장무늬에 영향을 받았고, 현대 독일군의 전투복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독일군의 위장무늬에서 일부 영향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현대에 가장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 위장무늬인 셈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