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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임육성이 소형기뢰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2000년 월간 잡지 종횡(縱橫)10월호
게재.

 

서상문 /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해군발전자문위원

30087.jpg1951년 6월 중순부터 북한 내 중국군의 배후에 유엔군이 상륙할 것을 우려하기 시작한 중국 지도부는 이듬해 하반기에 들어와 그 의구심이 더욱 깊어졌다. 근거는 세 가지였는데, 모두 중국 지도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떨치기 어려웠던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자의적 판단이었다.

 첫째,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국면 조성을 목적으로 52년 재차 감행한 추계공세에서 큰 손실을 입은 유엔군이 전쟁 조기종결을 위해 미 대통령의 교체를 앞둔 동절기에 대규모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점이다. 둘째,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장군이 트루먼 대통령의 의도에 맞춰 북한의 후방 연해지역 폭격과 상륙작전을 전개하거나 “측방 상륙에 맞춰 정면의 부대들이 평양-원산 선에서 공격”한다는 아이젠하워의 구상을 직접 시도할 것으로 판단한 점이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대규모 후방상륙작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12월 하순에 입수한 “행동으로 한국전쟁의 소강국면을 타파하겠다”는 아이젠하워의 언급을 유엔군이 익년 2월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해 정보화한 것이다.

 무엇보다 모택동(毛澤東)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상기 보고들과 전황을 종합 분석한 그는 “적은 5~7개 사단으로 한천강-압록강 선에서 대거 상륙하면서 우리의 후방에 공수부대를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단했다. 이 예단은 아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이래 중국수뇌부가 줄곧 ‘자기이행적 예언(Self-Fulfiling Prophecy)’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 자기이행적 예언이란 상대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상대가 정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다. 상대를 의심하면 그가 하는 행위마다 수상하게 보이듯이 인천상륙에서 낭패를 본 중국 지도부의 눈엔 유엔군이 반드시 후방상륙작전을 감행할 것으로 보였던 셈이다.

 모택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대비했다. 먼저 중국 본토 상륙에 대한 대비였다. 즉, 중국 전역의 각 대군구에 한반도의 적군이 53년 봄 동서 해안으로 후방상륙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고, 대만의 장개석 군과 미얀마 국경지역의 국민당군 잔류부대가 연동해 움직일 가능성에 대비해 50만 명의 신병을 징발해 요동반도, 산동반도 및 동남연해지역에 방어를 강화시켰다.

 둘째, 유엔군의 후방상륙 격퇴를 53년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정했고, 지상군의 대폭 증강과 함께 대량의 병참물자를 후방 방어작전에 투입했다. 방어준비를 마친 53년 4월 말 시점 북한지역에 증파된 중국군은 135만 명이었다. 이 숫자는 중국이 유사 이래 외국에 파병한 병력 가운데 사상 최대였다. 52년 12월 하순 중국 지도부는 유엔군이 7개 사단 병력으로 중국군의 측면인 서해안의 한천강-청천강-압록강선에 상륙할 것으로 보고 ‘적 상륙공격을 분쇄할 부대배치’를 지시했다. 또 4개 야전군에서 차출한 제1·제16·제21·제54군단을 제1차 교대부대로 북한지역에 보냈다. 원래 휴식을 위해 귀국하기로 계획돼 있던 제38·제39·제40군단도 귀국을 보류시키고 방어작전에 투입했다.

 셋째, 해군 1개 어뢰정 대대 18척 외에 쾌속정과 1개 순양함대대도 압록강 어구의 대동구항에 정박 대기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서 해안 방어를 전담할 방어사령부도 설립했다. 상륙 가능성이 있는 해안지역에 기뢰를 대량으로 설치하기로 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동해안은 원산항에 설치하기로 했으며, 북한군이 담당하기로 했다. 서해안은 청천강 하구에 설치하기로 하고 중국군이 담당하기로 했다.

 북한 해군은 53년 1분기 동안 6척의 소형선박으로 원산 이외에 이원, 청진-나진, 남포, 안주 등 아군의 상륙 가능성이 높은 연안지역에 각종 기뢰 860개를 부설했다.

 53년 1월 초 모택동은 북한에 기뢰설치 전담반을 투입하기 전 스탈린에게 의사를 물어 지지를 득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중국해군은 2개 해안포병중대를 배치했고, 중국군 측의 기뢰부설 과정에서 중국해군 1개 기뢰정 대대가 북한에 투입됐다. 2월 하순 중국해군사령부로부터 청천강 하구-원산선으로 미군이 상륙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청천강 하구에 기뢰를 설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중국해군 호위함 제6함대 소속 제남호(濟南號), 서안함(西安艦), 무창함(武昌艦)의 기뢰반장 임육성(林育成), 정장휘(鄭長暉), 당조현(唐兆賢)을 포함한 4명은 화동(華東)군구 해군에서 차출한 요원 17명과 함께 안동(安東)으로 가서 그곳에서 중국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들은 유엔군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대련(大連)에서 목선 5척을 징발했고, 기뢰를 더 많이 싣기 위해 선박 상단부의 갑판을 제거했다. 준비를 마친 그들은 4월 초 대련항을 출발해 낮에는 운항하지 않고 밤에만 움직여 4월 6일 전후 청천강 하구에 도착했다. 설치할 기뢰는 청천강변의 숙천으로 가서 약 10m 간격으로 뚫은 그곳 산속의 동굴에 숨겨 놓았다.

 해상기뢰 설치는 경험이 일천한 중국 해군이 건국 후 최초로 실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설치할 기뢰의 종류, 기뢰설치의 심도, 기뢰 간의 간격, 설치 후 항해보장 등의 문제에 부딪쳤다. 기뢰 종류와 관련해 서해안방어사령부는 전쟁이 끝나면 기뢰진지를 쉽게 제거할 요량으로 불규칙한 분산형 기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지만 작전계획 수립시 “총체적으로는 정규형, 국부적으로는 분산형” 기뢰를 설치하기로 결정됐다. 설치 방법 면에서도 소련 해군고문들은 ‘서양식 방법’으로 설치하라고 권유했지만 중국 측은 당시 현장의 여건에 맞춰 기뢰를 굴려서 바다에 떨어뜨릴 수 있는 나무선반이 설치된 소형 어선을 사용한 원시적인 ‘재래식 방법’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53년 4월 10일 밤 기뢰설치가 개시됐다. 그들은 레이더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해 먼저 유엔군이 점령한 청천강 하구 남안의 운무도 인근 산에다 항도조명등을 설치했다. 밤 9시 기뢰를 가득 실은 함선들이 4열로 늘어서 조명등이 어둠을 밝히는 가운데 유엔군 함정이 상륙 시 접촉하면 즉각 폭발하도록 하되 간조 시에도 수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심도를 조절했다. 즉, 이 수역의 조석 간만의 차는 서해안 전체 수역의 평균 4m보다 컸기 때문에 만조 시의 촉뢰, 간조 시 기뢰몸체가 수면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상륙함의 촉뢰기율을 고려해 배의 속도, 해류의 유향유속, 풍향풍속 요인들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각 열의 함선 기뢰반장들은 뇌관을 장착한 모든 기뢰의 수중설치를 완료했다. 중국 해군이 설치한 각종 기뢰 중 주종은 소련제 КБ-Ш형이었다. 장약량은 대형이 TNT 180㎏, 중형이 110㎏, 소형이 20㎏이었다. 임무를 완수한 그들은 4월 12일 숙천을 떠나 북한진입 전 명령대기 지점인 평안북도 귀성군 청룡리를 거쳐 귀국했다.

 중국 수뇌부가 유엔군은 반드시 후방상륙작전을 재시도할 것으로 예단한 것은 유엔군이 휴전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기 위해 필요한 군사점령은 후방상륙작전이 아니고선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인천상륙작전의 기억으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인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댕보고 놀란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극소수의 함정과 기뢰전문가들만 북한에 들여보내고 왜 해군함정은 증파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세 가지로 추론해볼 수 있다. 첫째, 휴전하기로 방침을 정한 마당에 자칫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해군함정의 투입은 불필요했다. 둘째, 당시 중국은 한반도 전쟁에 투입시킬 만한 해군력을 갖추지 못했다. 49년 4월 창설된 중국 해군은 52년 시점 겨우 소련제 어뢰쾌속정 4개 대대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뢰쾌속정 배수량은 불과 20여 톤에 불과했다. 셋째, 중국은 해군함정 거의 모두를 중국국민당군의 수중에 놓여 있던 절동(浙東) 연해지역 도서 점령 전투에 투입해 놓았기 때문에 여력이 없었다.

 극소수의 중국해군 함정과 기뢰요원들만의 비밀 입북에 그치고 함정이 증파되지 못한 배경에는 상기 요인들 외에 아군(미국 등)이 한반도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 중요한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점은 오늘날 우리의 대중국 군사안보정책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중국해군이 6·25전쟁에 참전한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극소수의 중국해군 함정과 기뢰 전문요원들이 극비리에 한반도에 들어와 기뢰부설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목적은 유엔군의 후방상륙작전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일환이었고, 그 배경은 유엔군의 동향에 대한 모택동 등 중국 지도부의 상황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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