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07.jpg 

1951년 보급된 후 개량을 거쳐 현재도 사용 중인 미키 마우스 부츠(오른쪽)와 설장위장·단열 등
을 고려해 흰색으로 만든 버니 부츠. 필자제공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선에서는 슈팩이라는 우수한 방한화가 애용됐으나 이것도 방한 성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새로운 방한화가 개발됐다. 1948년부터 1951년까지 미 육군과 해군·해병대가 모두 방한화를 개발했으나 그중 가장 먼저 결과물을 도입한 곳은 해군과 해병대였다.

 미 육군은 새로운 방한화 후보들이 육군의 행군 조건에 버티기 힘들다며 거부했지만 해군·해병대는 일반 기후 기준으로 만든 행군 조건은 혹한기에는 맞지 않는다며 개발을 계속한 것이다. 특히 1950~51년 겨울에 한국 전선에서 미 해병대가 겪은 무수한 동상 부상자는 해병대에게 우수한 방한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51년 가을, 미 해병대는 새로운 방한화를 한국 전선의 제1해병사단에 지급한다. 정식 명칭은 ‘단열 고무 전투화’였지만 아무도 이런 딱딱한 이름을 쓰지 않았다. 새로운 방한화는 병사들에게 ‘미키 마우스 부츠’라는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두툼한 모양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키 마우스의 발 모양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느덧 정식 명칭은 누구도 기억 못하지만 이 재미있는 애칭은 완전히 정착돼 오늘날까지 통용된다.

 미키 마우스 부츠의 원리는 단순히 고무와 단열재를 이용해 추위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발은 두 겹의 고무층 사이에 1인치(약 25㎜) 두께의 섬유 단열재를 삽입한 구조로, 전통적으로 방한화 안에 들어가 발에 접촉하는 단열재나 밑창이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열재가 발에서 나오는 땀에 의해 젖는 일도 없고 또 단열재가 함유하는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공기에 의한 단열 효과까지 얻는다. 이로 인해 기존의 슈팩보다 더 오랫동안 열이 유지되는 데다 신발 내부도 벗으면 상대적으로 빨리 말라 동상 예방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키 마우스 부츠가 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발에서 나오는 땀이 방출되지 않으므로 주기적으로 신발을 벗고 발을 말려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에도 미군은 전선에 가급적 난방이 갖춰진 ‘발 건조 텐트’를 설치해 병사들이 양말·신발을 말리는 고통을 줄이려 했다. 그나마 미키 마우스 부츠는 기존 방한화와 달리 양말을 한 겹만 신어도 됐기 때문에 덜 불편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또 지급이 시작된 51년 후반기부터의 전투는 기동전이 아닌 고정 진지전이 보통이어서 발 건조 텐트 등의 설비를 갖추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점도 다행이었다.

 미키 마우스 부츠는 지금도 개량을 거쳐 미군의 장비로 남아있다. 검은색의 기본 미키 마우스 부츠는 영하29도(섭씨)까지 견딜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추운 곳에서 사용하기 위해 보다 두껍게 만든 강화형이 등장했다. 설상 위장과 단열을 고려한 흰색의 두툼한 모습으로 ‘버니(토끼) 부츠’로 불리는 이 신형은 영하51도(섭씨)까지 견딜 수 있다.

 60년대에 이 두 방한화에 새로운 특징이 추가됐다. 바로 공기 밸브다. 공기 밸브는 항공 수송을 위해 만든 것으로, 항공기에서는 미리 열어둠으로써 단열층의 기압이 외부 기압과 같아지게 한 것이다. 항공 수송 시 기압차로 인해 파손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항공수송이 일반화된 60년대부터의 상황에 따른 것이다.

<국방일보 2012.1.8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1. 헬기잡는 대헬기 지뢰

    저고도 비행 헬기 음향센서로 감지해 폭발시켜 / 국방일보 2012.03.05 대헬기 지뢰(왼쪽 러시아, 오른쪽 폴란드) 출처:Jane’s Land-Based Air Defence 2012 지뢰는 저가의 비용으로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적의 이동...
    Date2012.03.07 By배나온슈퍼맨 Views8065
    Read More
  2. 현대적 전투화의 시작

    美 육군, 1943년 발목 보호 M1943 전투화 선봬 / 국방일보 2012.02.27 반장화형으로 발목 부분은 별도 버클로 고정 2차 대전 후반부터 미군이 사용한 M1943 전투화. M1942 점프 부츠. 미 육군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
    Date2012.02.27 By배나온슈퍼맨 Views4788
    Read More
  3. 독일 구데리안 기갑군단에 맞선 프랑스 제55보병사단

    “불송에 獨 전차 출현” 한마디 외침 겁에 질려 어둠 속으로 사라진 병사 佛 ‘수치의 현장’ 산림속에 버려두다 / 국방일보 12.02.28 스당시내의 전적지를 답사한 후 시외의 요새지역을 가려고 렌터카 회사에 들렀다. ...
    Date2012.02.27 By배나온슈퍼맨 Views5361
    Read More
  4. 영국의 공정부대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랴 !” ‘붉은 악마’ 함성 들리는 듯 / 국방일보 2012.02.07 영국군 공정부대 역사관에 들어서면 몇 가지의 인상적인 전시물을 보게 된다. 공정부대 상징인 붉은 베레들의 제2차 세계대전, 포클...
    Date2012.02.07 By배나온슈퍼맨 Views2207
    Read More
  5. 주노 비치를 피로 물들인 캐나다 상륙군

    ‘평화 위한 희생’ 加 젊은이들 넋 잠들다 / 국방일보 2012.01.31 상륙 예정시간 1944년 6월 6일 07시 35분! 캐나다군 제3사단 장병들이 상륙정 안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백사장 건너편의 작은 촌락 꾸르셀러 마을을 지...
    Date2012.01.31 By배나온슈퍼맨 Views3352
    Read More
  6. 미키 마우스 부츠 - 美, 1951년 한국 전선 제1해병사단에 첫 지급

    1951년 보급된 후 개량을 거쳐 현재도 사용 중인 미키 마우스 부츠(오른쪽)와 설장위장·단열 등 을 고려해 흰색으로 만든 버니 부츠. 필자제공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선에서는 슈팩이라는 우수한 방한화가 애용됐...
    Date2012.01.09 By배나온슈퍼맨 Views5330
    Read More
  7. 잠수함 발사 다목적 미사일

    지상·해상·공중표적 등 정밀 타격 / 국방일보 2011.12.20 IDAS 미사일. <출처:Jane’s Under Warfare Systems>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수중에서 발사돼 주로 지상 또는 해상표적에 대한 정밀 공격을 수행한다. ...
    Date2011.12.22 By배나온슈퍼맨 Views5712
    Read More
  8. No Image

    이스라엘 軍, 새 특수부대 창설

    美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 보도 / 국방일보 2011.12.19 이스라엘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여러 특수부대를 단일한 지휘 계통으로 통합해 새 부대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이스라엘이 이란 ...
    Date2011.12.18 By배나온슈퍼맨 Views4736
    Read More
  9. 기뢰전의 악몽

    원산 상륙전 敵 기뢰 4000발로 사실상 무산 / 국방일보 2011.11.14 김병륜기자 1950년 10월 원산 소해전 당시 소련제 기뢰가 아군 소해정에 접촉해 폭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접촉식 기뢰. 기뢰의 폭발력으로 구축함 ...
    Date2011.11.14 By배나온슈퍼맨 Views4533
    Read More
  10. F-35B<5세대 스텔스 전투기>, 첫 해상 수직 착륙 성공

    해병공지기동부대에 새 항공력 제공 기대 / 국방일보 2011.10.11 록히드마틴의 F-35B 라이트닝 II 시험비행용 BF-2가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미 상륙함 와스프 함의 비행갑판에 수직 착륙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Date2011.10.11 By배나온슈퍼맨 Views5359
    Read More
  11. 제2상륙작전 공포 … 서해안에 극비 기뢰부설

    1953년 임육성이 소형기뢰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2000년 월간 잡지 종횡(縱橫)10월호 게재. 서상문 /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해군발전자문위원 1951년 6월 중순부터 북한 내 중국군의 배후에 유엔군이 상...
    Date2011.09.14 By배나온슈퍼맨 Views4590
    Read More
  12. `원샷 원킬' 슈퍼 저격소총

    단 한 발로 원거리 표적 쉽게 명중시킨다 / 국방일보 2011.08.16 12.7㎜ 저격소총으로 훈련하는 저격팀 모습. 인류 역사에서 총이 발명될 무렵부터 단 한 발의 총탄으로 사람을 죽이는 저격술은 발전하기 시작했다. ...
    Date2011.08.16 By배나온슈퍼맨 Views67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