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에 獨 전차 출현” 한마디 외침 겁에 질려 어둠 속으로 사라진 병사 佛 ‘수치의 현장’ 산림속에 버려두다 / 국방일보 12.02.28

 

스당시내의 전적지를 답사한 후 시외의 요새지역을 가려고 렌터카 회사에 들렀다. 차량 대여비용은 비쌌고 서너 시간 기다린 후에야 이용이 가능하단다. 민가가 드문 시골이라 지도만으로 목적지를 찾아간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어 내비게이션 장착을 추가하니 또 요금이 올라간다. 거기에다 상담 직원의 염장 지르는 소리 “아마 그곳에 간다 해도 종일 헤매다가 후회하고 올 텐데요?”

 같이 있던 P군의 대담한 아이디어 “어제 여행안내소에서 만난 프랑스 청년에게 차라리 안내를 부탁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파리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프로축구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다. 결국, 그를 다시 만나 우리들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다. 한국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진 그 청년은 자신의 승용차와 친구 2명을 더 불러와 기꺼이 안내를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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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의 대전차 방어 벙커.(멀리 프랑스 청년의 승용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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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송에 위치한 프랑스군 55사단 지하사령부.

▶불송으로 가는 도로 곳곳 대전차 방벽

전쟁 당시 스당 방어부대인 프랑스 55사단 지하사령부가 있는 불송(Bulson)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는 대전차 방벽들이 곳곳에 있다. 프랑스도 나름대로 독일 기갑부대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것 같았다. 특히 방어진지가 많은 산등성이로 오르는 길에 대형 프랑스 국기 아래 하얀 십자가가 줄지어 서 있는 제1차 세계대전 전몰용사 묘역이 보였다. 인적은 끊겼고 관리인조차 없다. 단지 석벽에 ‘1914~1918’이라는 표시만이 제1차 세계대전 관련시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낡은 담벼락과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출입문은 스산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사단장의 호소에도 55사단 장병 순식간에 와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거치고 몇 개의 촌락을 지나 도착한 불송의 중앙광장! 한국의 한산한 시골 동네와 비슷하다. 도로 옆집의 문을 두드려 55사단 사령부 터를 물으니 집주인은 다른 집으로 전화해서 겨우 위치를 알려준다. 이미 이곳의 주민도 전쟁 유적지에 대한 관심은 멀어진지 오래인 것 같다.

 1940년 5월 13일 19시쯤, 독일군이 프랑스를 공격한 후 서부 전역을 통틀어 가장 기이한 사건이 바로 이곳 불송에서 벌어진다.

 “불송에 독일군 전차가 나타났다!”는 어느 병사의 한마디에 갑자기 도로 위에는 도망치는 프랑스군 보병과 포병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몇 병사들은 미친 듯이 사방으로 소총을 난사했다. 모든 장교도 계급을 막론하고 퇴각 명령을 받았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누구의 명령이냐고 묻자 정작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사단장 라퐁텐 장군과 참모들이 화물차 여러 대로 도로를 봉쇄하고 후퇴하는 병사들을 붙잡고 “독일군을 저지하라!”고 소리쳤지만, 겁에 질린 이들은 모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전쟁사에서 전차가 단 한 발의 포도 쏘지 않고 출현하는 것만으로 적을 격파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전차가 단 한 대도 투입되지 않고 “전차가 나타났다!”는 말 한마디에 스스로 부대가 와해해 버린 경우는 스당전투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불송의 산림 속에 거의 방치된 상태로 있는 프랑스 55사단 지하 사령부! 겨우 휴대전화로 불빛을 밝히며 갱도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어지럽게 적혀 있는 낙서,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 가끔 날아드는 박쥐 밖에는 반겨주지 않는다. 프랑스인들도 이런 수치를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수치 딛고 세계 군사 강국으로 거듭나

 결국, 프랑스는 개전 초 스당전투의 패배와 군 수뇌부의 무능으로 1940년 6월 22일 독일에 항복한다. 그때까지 마지노 요새 안에는 36개 프랑스 육군사단이 온전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또한 공군기지 격납고에 잠자고 있는 비행기가 4268대였으며 북아프리카 지역에도 1800대가 더 있었다.

 히틀러의 평화공세에 맞장구쳐 결국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부 프랑스 정치인, 좌익세력, VC 정권관료들은 전쟁이 끝난 후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뒤이어 프랑스는 국가재건과 더불어 강력한 군사력 건설을 통해 핵 억제력 확보, 정예 장교단 양성, 국민 안보교육 강화로 세계의 군사 강국으로 거듭났다.

 온종일 우리를 위해 수고한 프랑스 청년들은 군대에 가지 않았다. 2001년 징집제를 폐지한 프랑스는 대신 전 국민 안보소집교육 의무화 법령을 제정했다. 불참자는 대학입학 응시자격 제한, 운전면허 취득불가, 취업제한 등의 강력한 처벌이 뒤따랐다. 군대 지원병들에게 많은 급여를 주지는 않지만 다른 공무원 봉급의 높은 세금부담을 고려 시 병사급여 세금 미부여, 자유로운 출퇴근 허용, 전역 후 취업보장 등의 혜택이 있어 청년들도 프랑스 지원병 제도에 관심이 있다.


[Tip]독일보다 우세했던 연합군 전력-국민 호국 의지 &장병 임전자세가 승패 좌우 일깨워
1940년 5월 기준으로 모든 면에서 연합군(프·영·네·벨기에)은 독일군보다 우세한 전력을 갖고 있었다.연합군은 총병력 765만 명, 화포 1만4000여문, 전차 4204대, 전투기 4469대였다. 이에 비해 독일군은 총병력 540만 명, 화포 7350여문, 전차 2439대, 전투기는 3570대에 불과했다.통상적인 군사 교리에 따르면 공자는 방자에 비해 적어도 3대1의 우세를 확보해야 한다. 더구나 프랑스의 마지노 요새를 고려 시 독일군의 공격은 도저히 성공이 불가했다.결국, 국민들의 단결된 호국 의지와 장병들의 임전자세가 전쟁 승패에 결정적 열쇠가 된다는 것을 프랑스 패전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신종태 합동군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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