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3.4km…야지를 육상 트랙처럼 달린다 / 국방일보 2012.02.20
가파른 험지 등 동물 로봇 활용 적 정찰·추적 가능
2025년 중앙아시아의 한 험준한 산맥에서 게릴라 척결 임무를 부여받은 알파 대원들은 다섯 마리의 개 로봇과 한 마리의 타조·치타 로봇을 대동하고 행군하고 있다. 개 로봇에는 수일치의 식량과 탄약, 야영에 필요한 장구류를 적재했다.
오랜 행군에 지친 그들은 가파른 오르막길에 가로막혔으나 척후 임무를 부여받은 타조 로봇은 언덕에 올라 적의 동태를 아군에게 전송한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대원들은 적을 정확히 타격하고 도망가는 일부 적들은 치타 로봇에 의해 모두 섬멸됐다.
동물의 발을 가진 지상 군용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는 세계의 어느 곳이든 전쟁터가 될 수 있으나 궤도 차량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이 제한돼 발을 사용하는 인간과 동물만이 거의 모든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패스트 러너(Fast Runner)라는 발을 가진 타조 로봇이 놀라운 발전을 하고 있다. 타조 로봇은 시속 40.2㎞ 이상의 속도를 갖게 개발하고자 하는 미국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 연구의 산물이다. 미 MIT 대학과 플로리다 IHMC 연구소가 협력해 개발하고 있으며, 두 발 달린 동물 중 가장 빠른 타조 형상을 모방해 1.4m의 높이와 30㎏의 중량을 갖는 개체로 구현될 것이다.
모터와 스프링만으로 구성돼 초경량이고 자체 안정화된 다리 설계 덕분에 타조 로봇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효율적이다. 모의 실험을 통해 타조 로봇은 지구상 가장 빠른 인간인 우사인 볼트를 능가하는 시속 43.4㎞의 속도를 실현했다. 이를 기초로 연구원들은 평탄한 도로에서 시속 32.2㎞로 주행 가능하고, 거친 도로에서는 시속 16㎞의 주행 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종 목표는 시속 80.4㎞다.
기존 로봇들과 비교해 타조 로봇의 속도는 매우 경이로운 수준이다. 일본 혼다 사가 인간을 돕기 위해 개발한 아시모 로봇은 1.3m 높이와 54㎏의 중량을 갖는 인간 형태의 로봇으로 두 발로 걷거나 시속 6㎞로 달릴 수 있다. 미국의 보스톤 다이내믹스 사가 군수품 수송을 위해 개발한 빅독 로봇은 0.7m의 높이와 73㎏의 중량, 그리고 1m의 길이의 큰 개 형태의 로봇으로 시속 6.4㎞로 달릴 수 있다. 중량 150㎏을 운반하고 35도 경사를 오를 수 있다.
또 보스톤 다이내믹스 사가 걷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위해 개발한 리틀독 로봇은 14㎝의 높이와 2.2㎏의 중량, 그리고 30㎝의 길이를 가진 작은 개 형태의 로봇으로 7.9㎝의 장애물을 시속 0.15㎞(0.1mph)로 이동할 수 있을 뿐이다.
빅독 로봇·타조 로봇·치타 로봇 등 발을 가진 로봇이 실용화돼 전장에 배치된다면 전투 형태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전투원들은 과거 차량으로는 임무 수행이 곤란했던 가파르고, 미끄러운 험지 등에서 동물 로봇을 활용, 군수품을 운반한다. 적지를 정찰·추적 가능하며 필요 시 탑승해 이동함으로써 이동 범위와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대해 병사의 위험도와 피로도를 감소시켜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김국현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