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61년 특수부대 정식 복장 인정 / 국방일보 보병장비이야기 2012.07.16
영국군은 소속 부대별로 색깔 다른 것이 특징
진한 녹색 베레모를 착용한 미 육군 특수부대, 일명 그린베레의 대원들.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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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모가 정예부대의 상징으로 굳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레모는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군모로 사용됐지만, 정예의 상징이란 의미까지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영국군이 이를 도입하면서 처음에는 기갑부대에서 쓰던 것을 곧 공수부대와 해병 코만도 부대, 특수전 부대까지 사용하면서 특수부대, 혹은 정예부대의 상징처럼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군은 베레모를 도입하면서 소속 부대별로 색깔을 다르게 한 것이 특징이다. 공수부대는 자주색, 기갑부대는 검은색, 특수부대인 SAS(Special Air Service: 육군 최정예 비정규전 부대)는 베이지색, 해병 코만도 부대와 SBS(Special Boat Service: 해군 최정예 비정규전 부대)는 진한 녹색 베레모를 착용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베레모는 색깔에 따라 소속 부대를 나타내는 정예의 상징으로 더더욱 부각됐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은 타 부대들에도 베레모를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앞선 정예·특수부대들에 주어진 색깔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부대의 자긍심과 상징성이 베레모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유명한 ‘그린베레’가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 파견된 미 육군 509공수 연대에 영국 측이 우호의 의미에서 자신들의 자주색 공수부대용 베레모를 선물한 것이 미국 최초의 군용 베레모 착용으로 기록된다. 다만, 이들의 착용은 비공식적이어서 공식 행사 등에 착용하지는 못했다.
그 뒤 공수부대가 비공식적으로 자주색 베레모를 부대 상징으로 사용하는 데 이어 2차 대전 이후에는 특수부대들이 녹색 베레모를 부대 상징처럼 사용했다. 그러나 미군에서 베레모가 군 공식 복장의 하나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1961년의 일이다. 당시의 케네디 대통령이 녹색 베레모를 특수부대의 정식 복장으로 인정하고 공식행사에 착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뒤 베트남 전쟁에 미 육군 특수부대가 대대적으로 활약하면서 미 육군 특수부대의 별명 자체가 ‘녹색 베레모’, 즉 그린베레가 됐다. 1969년에는 당시 미국의 국민배우 존 웨인이 주연한 이 제목의 영화가 나오면서 대중적 유명세를 치르게 됐다.
그 뒤 육군의 공수부대와 레인저연대도 1970년대부터 각각 자주색과 검은색 베레모를 공식 장비로 인정받게 됐지만, 베레모가 미 육군 전체의 공식 장비로 지정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당시 미 육군 참모총장이던 에릭 신세키 대장이 기존의 패트롤 캡(작업모)를 대체하기 위해 검은색 베레모를 전 군 표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육군 전체의 정예화를 상징하면서 병사들의 자존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색 베레모를 착용하던 레인저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레인저가 모래색 베레모를 착용하는 것으로 양보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베레모는 실전용으로의 실용성이 높은 편은 아니고 특히 사막에서의 실용성이 낮아 미군이 2001년 이후 가장 많이 배치되고 작전 중인 중동지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됐다.
결국 2011년에는 일상 및 작업용으로 작업모 착용이 공식화됐으나 지금도 검정 베레모는 예식 등에 쓰이는 미군 표준 복장 중 하나로 계속 남아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