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군 출신 이소연 씨가 본 남과 북 / 국방일보 2012.07.25
北, 남한 노래 즐겨 부르는 등 군 기강 해이 잘 먹지 못해 체격 왜소…‘무’가 유일한 반찬 게재 순서 정리=김가영김가영 기자 kky71@dema.mil.kr
① 북한 여군의 생활
② 험난한 남한으로의 여정
③충격! 남한사회·군대(상)
④ 충격! 남한 사회·군대(하)
⑤ 불효녀에서 효녀 심청으로
북한 여군 출신이라 남한 군대로 안보강연을 가는 일이 더러 있는데 남한 사회뿐만 아니라 군대의 모습도 충격적이었다.
북한군에 있을 때 남한 군대는 기강이 해이하고 장병들은 노예처럼 억지로 훈련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육군훈련소에서 만난 신병들은 갓 입대했는데도 군기가 너무 잘 잡혀 있어 깜짝 놀랐다.
한 부대에서 봤던 풍경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농구경기를 하던 장병들이 상급자가 지나가자 하던 경기를 멈추고 일제히 경례하는 모습이 너무 반듯해 보였다. 이들을 누가 기강이 해이한 군인이라 하겠는가.
장병들의 식단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의 반찬을 보니 ‘육·해·공’ 반찬이 고루 어우러져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에 비해 북한군은 유일한 반찬이 소금에 절인 무다. 국 역시 뭇국을 주로 먹고 가끔 된장이 나오면 시래깃국을 끓여 먹는 정도가 전부다.
남한처럼 비닐하우스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제철이 지나면 음식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만날 무만 먹으면 질리니까 네모로 잘라 소금에 절여 먹고 별표로 잘라 고춧가루에 무쳐먹고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변화를 줘서 먹는다. 김치를 담그기도 하지만 땅에 묻어 보관하기 때문에 기껏해야 한 달 정도밖에 못 먹는다. 또 굶주린 부대원들이 밤에 몰래 김치를 훔쳐 먹는 경우도 많아 더더욱 오랜 기간 김치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수확해 겨울부터 봄까지 보관하며 먹을 수 있는 무가 군 식단의 단골 메뉴가 된 것이다.
남한 부대의 취사장에서 본 대형 냉장고와 그 안에 꽉 들어찬 음식재료는 내겐 너무 비현실적인 물건이었다. 북한군에서 냉장고는 상급부대에 한 대 정도 있는 것이 전부다. 냉장고 자체도 귀하지만 설령 보급된다 하더라도 전기사정이 좋지 않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대신 전시를 대비해 파놓은 갱도 안이 서늘해서 그곳에 무 같은 음식재료를 보관하곤 했다.
육·해·공 반찬이 고루 차려진 식사를 매끼 잘 먹어서일까. 장병들의 체격은 얼마나 좋은지. 하나같이 키도 크고 듬직하다. 북한군은 성장기 때 잘 먹지 못해 체격이 왜소하기 그지없다. 북한군이 남한군을 본다면 입 딱 벌리고 당장 도망갈 것이다.
혹시 TV를 통해 북한군을 보고 북한군이 강하고 기강이 제대로 서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멋진 군복을 입고 행진하던 TV 속 여군들의 모습에 반해 입대를 결심했으니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처음 만난 선배 여군이 낫을 들고 있었듯이 TV 속 북한군의 모습은 실상과 매우 다르다. 북한군에서는 정기적으로 ‘오락회’를 개최한다. 노래나 춤 같은 장기를 선보이는 일종의 장기자랑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1995~96년 무렵부터 입대하는 신병들이 남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워낙 스스럼없이 부르고 노래도 좋아서 처음에는 그것이 남한 노래인 줄도 몰랐다.
주로 트로트를 불렀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이란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였다. ‘김치’를 ‘담배’ 같은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르곤 했는데 워낙 재미있어서 나도 열심히 따라 부르곤 했다. 부대 안에서 그렇게 남한 노래를 즐겨 불러도 정치지도원 등 누구도 그것을 막거나 징계하는 것을 못 봤다. 남한 군대에서 장병들이 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남한 노래를 공식 석상에서도 즐겨 부르는 현상은 북한 군대의 기강이 이미 내부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