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밀리터리 스토리-또 하나의 이름, 군번 / 2012.08.03

 

군번 부여에도 원칙 있어 군번을 보면 입대 시기와 장소·신분 짐작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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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8사단 신병교육대의 훈련 모습. 이들은 훈련을 마치고 군인이 됐음을 증명하는 의미로 군번을 받게 된다.정의훈 기자

 

얼마 전 온라인상에 주민등록번호의 의미를 분석한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총 13자리의 숫자 가운데 앞의 6자리는 생년월일, 뒷부분 7자리에서 맨 앞부분은 성별, 다음 네 개의 숫자는 (출생신고를 한) 지역 코드, 그 다음 한 자리는 출생신고 당일 접수순서, 마지막 숫자는 ‘검증번호’라고 소개해 시선을 끈 것이다. 군에서도 이와 비견되는 번호가 있다. 장병들의 또 하나의 이름, 군번(軍番)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잊어도 군번은 잊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 복무를 한 사람들에겐 추억 어린 존재, 군번에 얽힌 역사와 숨겨진 의미 등을 알아본다.

 ▶병사 1호 군번은 임부택 장군

 ‘1호’는 항상 화제가 된다.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의 군번 1호는 누구일까?

육군의 경우 이형근(2002년 작고) 예비역 대장이 그 영광을 차지한다. 1946년 국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에 입대, 대위로 임관한 그에게 주어진 군번은 10001번이었다.

 병 군번 1호는 1100001을 부여받은 고 임부택(2001년 작고) 예비역 소장에게 돌아간다. 1946년 1월 15일 국방경비대 창설과 동시에 1연대 입대자를 시초로 군번을 부여함에 따른 것이다.

당시는 부대창설 건제 순에 따라 군번 단위를 할당했다. 그는 국방경비사관학교 창설과 함께 제1기생으로 입교해 소위로 임관, 6·25전쟁 때 6사단 7연대장으로 강원 춘천·홍천지구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부사관 군번 1호는 알 수 없다. 창군부터 1967년 3월 31일까지 병사 군번과 통합해 부여했기 때문이다. 또 국방경비대에서는 연대별로 군번을 부여해 장교처럼 군번 1번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없었다.

 해군은 초대 참모총장을 역임한 손원일 제독이 군번 1번(80001)이다. 장교는 1946년 2월 1일부터, 병사는 같은 달 25일 8100001번부터 부여됐다.

 공군 군번은 1949년 50001번이 시초다. 초대 및 3대 참모총장을 지낸 김정렬 전 국무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의 군번 체계 ‘연도-70000000’은 1991년부터

 창군 이후 6·25전쟁을 전후해서까지 장교 군번은 임관 출신별로 다양한 체계가 유지됐다. 병사 군번도 140여 종에 달해 혼란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 체계가 장교·준사관·부사관·병사 등 네 종류로 구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4월 1일. 이후 군번 체계는 1991년 1월 1일 한 차례 더 개선된다. 이것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군번 체계다.

 여기에 따르면 장교(5단계)의 경우 출신별 구분 없이 통합해 연도별 임관 일자순 일련번호로 군번을 매겼다. ‘연도-10001~’ 형태다. 예컨대 2011년도에 임관한 군번 1번 장교는 ‘11-10001’이다.

 ‘연도-20001’로 시작되는 군번도 있다. 해병대 장교들이다. 해군장교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법무장교 등 육군의 특수사관도 여기에 해당한다.

 준(準)사관도 5단계다. ‘연도-30001~’이 된다. 부사관은 6단계다. 육군은 ‘연도-500001~’이다. 해군은 ‘연도-510001~’, 해병대는 ‘연도-520001~’이다. 공군은 ‘연도-500001~’로 군번이 정해진다.

 병사는 8단계 군번이 된다. 육군은 입대 지역에 따라 연도 다음 번호에 차이가 있다. 1군(71000001~), 2군(72000001~), 3군(73000001~), 훈련소(76000001~), 육군본부(77000001~) 등이다.

78000001~로 시작되는 군번은 최근 생겼다. 해·공군에서 전군한 병사들이 대상이다. 유자녀 기혼병사의 경우 집 부근의 부대로 전출되는데 이때 해당되는 해·공군부대가 없을 경우 가까운 육군부대 소속으로 전군되기 때문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군번을 새로 부여했다.

 보충역은 9로 시작하며 7단계다.

1군(9100001~), 2군(9200001~), 3군(9300001~), 수방사(9700001~), 훈련소(9400001~)가 된다.

 그리고 해군은 ‘71000001~’, 해병대는 ‘72000001~’, 공군은 연도 다음에 ‘70000001~’로 병사들의 군번이 각각 부여된다.

 ▶같은 군번이 있다, 진실 혹은 거짓?

 군번 부여에도 원칙이 있다. 때문에 그 사람의 군번을 보면 언제·어디서 입대했는지, 신분은 무엇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또 입대일이 같은 기수(期數)에서도 기준을 세워 놓고 정해진다. 성적이나 생년월일 등이 그 기준이 되며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동일한 군번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같은 군내에서는 없다. 타군의 경우 가능하다. 실례를 보자. 군번 부여 원칙에 따라 올해 육군 1군지역에서 첫 입대한 병사와 해군에서 첫 입대한 병사의 군번은 ‘12-71000001’로 같게 된다. 2군 지역과 해병대의 올해 첫 입대자 ‘12-72000001’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복무하는 군은 다르지만 같은 군번을 지닌 병사 혹은 간부들은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희망해 본다. 이들 동일한 군번을 지닌 장병들을 모아 인터뷰를 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국방일보 이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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