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작전’에 필요한 소형 전술배낭 / 국방일보 2012.11.05
1990년대부터 실용화된 군용 배낭의 콘셉트 중 하나로 ‘3일용 배낭’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3일간의 작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 및 탄약, 기타 필요 물자를 휴대하는 데 충분한 크기의 배낭을 뜻한다.
3일이라는 숫자는 대부분의 작전에서 각개 병사가 재보급을 받을 때까지 자신이 가진 휴대 물자만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최장 3일이라는 미군의 경험에서 나온 수치에서 비롯됐다. 물론 그 이상의 시간을 휴대 물자로 버텨야 할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그런 경우는 흔치 않고 무엇보다 그보다 많은 물자를 휴대하고 이동하기 시작하면 체력 소모 등의 문제로 단독 이동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잦은 재보급만을 예상하고 3일 분량보다 적은 양을 휴대하면 예상보다 재보급이 늦어질 때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자주 나타나는 기동전 양상에서는 재보급, 그중에서도 각개 병사를 위한 식량이나 식수, 기타 개인 생필품 등의 보급이 매일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주의해야 했다.
이스라엘군은 물론 보급능력이 뛰어난 미군조차 이라크 등에서 고속으로 적진을 돌파하는 상황에서는 진격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 재보급의 우선순위는 전투차량의 연료와 탄약이 가장 높은 순위를 받았다. 때때로 식량 보급마저 뒤처지는 경우가 있었다. 즉 만일에 대비해 최소 3일치의 개인 소모품 정도는 배낭에 넣고 휴대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이런 용도에 적합한 군용 배낭에 대한 소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90년대까지의 일반 군용 배낭은 대개 3일치보다 많은 양을 휴대하는 것을 고려한 크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미군에서는 이 때문에 가장 작은 크기의 앨리스(ALICE·All-Purpose Lightweight Individual Carrying Equipment) 팩을 일부러 따로 사용하는 등 병사들이 나름대로 상황에 맞게 대처할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에 운용된 CFP-90 배낭에서 가장 인기 있던 구성품도 이 용도에 가깝게 쓸 수 있는 소형 배낭이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특수부대용으로 아예 ‘3일용 배낭’이라는 이름의 배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민수용의 소형 등산 배낭을 바탕으로 전술장비 전문 업체들에 의해 디자인됐다. 부피가 작으면서도 충분한 양의 짐을 싣고 착용감이 편한 점은 민수용이 군용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배낭들은 무전기 수납용으로도 애용됐으며 대개 무전기 수납을 전제로 디자인됐다.
‘레인저 백팩’이라는 이름으로도 쓰이기 시작한 이런 종류의 소형 전술배낭은 짧은 시간에 미군 특수부대원들의 주요 사용 장비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후반에 MOLLE(Modular Lightweight Load Carrying Equipment) 시스템 장비가 제식화될 때에는 아예 ‘돌격배낭’(Assault pack)이라는 소형 배낭이 3일용 배낭으로 세트에 추가되기도 했다.
미군용의 돌격 배낭은 MOLLE용 주(主) 배낭인 MOLLE 럭색에 부착도 가능하지만, 단독 휴대도 가능하다. 또 무전기만이 아니라 물탱크형 수통 삽입까지 고려해 안테나 및 물 호스를 관통시킬 수 있는 홈이 준비돼 있다. 이 배낭의 디자인 역시 스포츠용 배낭의 디자인을 강하게 참조했으며 MOLLE 시스템의 특징인 PALS 어댑터로 각종 추가 장비를 좌우 측면 외부에 장착할 수 있어 원래 용량보다 더 많은 장비를 휴대할 수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