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용 배낭 참조… 사용자 부담 최소화 / 국방일보 보병장비이야기 2012.10.29
탄입대·장비 등 원하는 종류·수량 부착 가능
미 육군이 1990년대 개발한 개인 장비 시스템인 MOLLE 시스템에 속한 MOLLE 럭색.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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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끝 무렵에 미군이 시도했던 신형 배낭 사업, 즉 CFP-90 배낭 도입 사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야전의 병사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기존의 ALICE(All-Purpose Lightweight Individual Carrying Equipment)팩을 더 선호했다. 이로 인해 미 육군은 새로운 형태의 개인 장비 시스템인 MOLLE(Modular Lightweight Load Carrying Equipment)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신형 배낭의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미 육군의 표준이 된 MOLLE 럭색이었다.
MOLLE 럭색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94년의 일로, 이것의 개발 과정에는 민간용 배낭이 많이 참고됐다. 1990년대에 이르면 막대한 아웃도어용품 수요로 인해 민간 업체의 개발 능력이 오히려 군 개발기관의 그것을 상회하기 시작했기에 민간 장비를 참조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뜻밖이었다.
프레임이 내장된 일반 시판 배낭과 외장식 프레임을 갖춘 ALICE팩을 미군이 비교한 결과 약 75파운드(약 34㎏)의 무게를 짊어질 경우 시판품이 군용보다 사용자의 에너지 손실도 적고 자세도 더 바람직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ALICE팩을 개발하면서 베트남전을 포함한 많은 실전 경험과 테스트가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1970년대 초반에 개발된 뒤 근본적으로 개량되지 않은 제품과 그 뒤로도 수많은 개량을 거치며 시장에 적응한 민수용 상품이 경쟁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민수용 배낭은 그 뒤로 더 높고 좁으며 내부 무게 배분에 신경을 써 디자인됐으며, 이로 인해 무게 중심의 위치와 형태 모두가 사용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했다.
그러나 당시의 민수용 배낭도 단점은 있었다. 군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장기간 착용을 고려하지 않아 착용자의 체온을 방출하는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 민수용 배낭을 그대로 구입해 지급하려던 계획은 무산됐으나 MOLLE 시스템에 포함된 신형 배낭인 MOLLE 럭색의 개발에 그 형태가 대폭 참조됐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MOLLE 럭색은 외부 프레임에 얹혀지는 점 외에는 ALICE팩과 공통점이 별로 없다(외부 프레임도 ALICE팩과는 다른 플라스틱제). MOLLE 럭색의 디자인은 민간용의 배낭을 참조했다. 전면에 클레이모어를 수납하는 사이즈로 만들어진 대형의 외부 포켓이 하나 있으며 내부에는 필요하면 따로 떼어 쓸 수 있는 추가 탄입대(M16 탄창 6개용)가 들어 있다.
또 아랫부분에는 침낭을 결속, 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허리에는 새로 디자인된 벨트를 배낭과 결속해 멜 수 있게 됐는데, 이 부분은 두꺼운 패드가 삽입돼 착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한편, 무게 부담이 어깨로만 집중되지 않게 막아 준다. 또 약 1.7m 길이의 결속용 끈이 준비돼 박격포 포판과 같은 중량물을 외부에 결속해 추가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전 장비들과 비교한 MOLLE 럭색 최대의 장점은 역시 PALS(Pouch Attachment Ladder)를 통한 모듈화 설계다. 자체 포켓은 적지만 그 대신 외부에 수많은 탄입대나 주머니·장비 등을 사용자가 원하는 종류와 수량·위치에 마음대로 붙이고 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MOLLE 럭색에는 위치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두 개의 ‘유지용 주머니’가 부속돼 있으며 이곳에는 MRE(미군용 전투식량) 1식 분량이 여유 있게 수납될 수 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