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은 그 어떤 연합군 전차도 따라올 수 없어 야크트티거는 세계 최강 128㎜ 대전차포 장착
주포와 장갑은 최강이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문제였던 야크트티거 전차.필자제공 |
거의 70t에 달하는 무게의 티거 II 전차. |
독일은 1943년부터 티거와 판터, 즉 호랑이와 표범이라는 양대 ‘맹수’를 전장에 내보냈다. 당시의 거의 모든 연합군 전차들보다 압도적인 장갑과 화력을 자랑하던 이 두 전차는 연합군, 특히 소련군에게 큰 충격을 주었지만 정작 독일군은 이보다 더 강한 전차가 필요했다. 모든 전선에서, 특히 동부전선에서 엄청난 수적 열세에 직면한 독일군은 이 수적 열세를 질적 우세로 메우려 했다. 최대한 많은 적 전차를 최대한 먼 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으면서 적 전차의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무적 전차’를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낀 것이다.
사실 독일군은 이미 기존의 전차들과는 비교도 안 될 강력한 전차의 개발을 1937년부터 따로 시작하기는 했다. 그러나 전쟁의 상황이 바뀌면서 여기에 대한 요구조건도 빠르게 바뀌었고, 결국 1943년에 처음 생산이 시작된 신형 전차 ‘티거 II’ , 일명 ‘쾨니히스티거’(왕 호랑이)는 문자 그대로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전에 투입된 차량으로는 최강, 최대의 괴물 전차로 탄생하게 된다.
티거 II는 당장 장갑 방어력부터 엄청났다. 최대 185㎜에 달하는 장갑은 당시 그 어떤 연합군 전차도 따라올 수 없었다. 사실상 정면에서 이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적 전차나 대전차포는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또 주 무장인 71구경장 88㎜ 포는 맞히기만 하면 3㎞ 밖에서도 연합군의 셔먼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적 전차와 정면에서 상대하기만 한다면 그 어떤 전차도 파괴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적 전차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천하무적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성능을 위해 엄청난 무게가 필요했다. 티거 II의 무게는 거의 70t에 달했다. 그렇잖아도 엄청난 주포와 장갑 때문에 무거울 수밖에 없었지만, 무려 86발에 달하는 포탄까지 실어야 하다 보니 덩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엄청난 덩치를 굴리는데 690마력의 엔진으로 최대 시속 41㎞/h를 발휘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속도가 아니었다.
티거 II는 워낙 무겁다 보니 지나갈 수 있는 다리나 지형도 꽤 제약이 많았다. 게다가 신뢰성의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변속기 등이 고장 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이 전차 45대를 지급받아 동부전선에 출전한 제501 중(重)전차 대대는 오래지 않아 운용 가능한 전차의 수가 8대로 떨어졌다. 대부분이 적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고장 때문에 쓸 수 없었다. 물론 독일군도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 끝에 1944년 12월에 이르면 티거 II의 80%가 가동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워낙 무거워 연료 소모가 극심한 데다 독일군의 연료 재고는 바닥이 나 있었다. 이 때문에 종종 전투 중이나 이동 중에 연료가 떨어졌고 이런 차들 중 상당수는 연료를 다시 구하지 못해 폭파처분해야 했다. 옮길 수는 없고 연합군에게 노획되게 놔둘 수도 없었던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적은 수였다. 주문된 수효는 1500대였으나 실제 생산된 수는 492대에 불과했다. 워낙 생산도 쉽지 않은 데다 연합군의 폭격까지 더해져 최소 657대가 완성되지 못하고 파괴된 것이다. 이 정도 수효로는 아무리 강력해도 전쟁에 큰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독일군은 이보다 더 강력한 괴물을 만들어 실전에 투입했다. 바로 ‘야크트티거’였다. 야크트티거는 티거II에서 포탑을 떼어내고 차체에 고정식 전투실을 설치한 뒤 당시 세계 최강의 대전차포인 128㎜ 대전차포를 장착했다. 이 포는 2km 밖에서도 148㎜의 장갑판을 관통하는 괴력을 발휘했으며 사실상 어떤 거리에서도 연합군 전차를 제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대 장갑 두께는 250㎜에 달했다.
하지만, 야크트티거는 무려 71t이나 되는 괴물이었고 기계적 신뢰성은 티거 II보다도 떨어졌다. 생산된 수효도 채 90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전쟁 말기에 나와 대부분이 제대로 싸울 연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실전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너무 늦게, 너무 적게 나온 셈이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