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1 22:54

이스라엘의 저격전

조회 수 66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이스라엘군의 전략은 공세적이고 파괴적이며 가공할 핵무기 위력을 등에 업은 결사대가 보복공격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미 수십 년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방위전쟁에서 이러한 전략이 입증됐다. 따라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전통적으로 저격술에 큰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공격적이고 집중적인 전투력 운용과 책략 중심의 빠른 속도전이 특징인 이스라엘의 전쟁 철학에서 정적인 스나이퍼가 존재할 필요는 없었다.

6-1.jpg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1983년 IDF군이 최초로 지상 방어전에 투입됐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후에 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숙적인 팔레스타인 해방군(PLO)은 레바논을 저항 기지로 삼아 몇 년 동안 200회 이상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특공대로 자처하는 게릴라 부대를 침투시켜 기브츠·영화관·버스까지 습격하는가 하면, 정부 관리나 군 장교에 대한 저격과 공공기관에 폭탄테러 및 방화를 자행했다. 동시에 국경지대에서 야포와 로켓 공격도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공군기를 출격시켜 레바논 내의 PLO기지를 폭격했지만 성과가 미미하자 본격적으로 지상부대를 투입, 보복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러한 레바논 침공의 직접적인 명분은 PLO 게릴라가 주영 이스라엘 대사를 저격한 사건이었다.1983년 6월 6일, 이스라엘군은 신형 전차 메르카바 300대를 주력으로 앞세우고 공격부대가 레바논 국경을 너머 북쪽으로 진격했다.

미군의 화력지원과 이스라엘 공군의 정확한 지상폭격으로 PLO 기지는 초토화됐고 그들의 SAM 대공미사일 체계도 무력화시켰다. 이스라엘군에서 스나이퍼는 분대나 소대 규모의 말단 보병부대에 편성됐는데 그들의 임무는 통상 돌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부대의 화력을 증원하는 것이다. 레바논 국경지대의 방어진지는 이스라엘 스나이퍼들의 연습사격장에 불과할 뿐, 게릴라들은 AK-47 자동소총과 RPG 로켓포를 장비하고 필사적으로 반격했으나 처음부터 승패는 분명했다.

대부분 유럽 군대의 저격수들과는 대조적으로 이스라엘 저격수는 노리쇠 작동식 저격 소총을 선택하지 않고, 소련제 AK-47총을 기초로 발전한 갈릴(Galil) 반자동 돌격소총을 저격 무기로 개조했다. 갈릴 저격용 소총의 도입 전까지 이스라엘의 스나이퍼는 미국의 잉여품인 M14총과 민간 사냥용으로 제작된 소총을 저격용으로 대신 사용했다.

갈릴 저격용 소총은 5.56mm 돌격용 소총 스타일보다 더 크고 무거운 7.62mm 구경과 NATO 탄약으로 재무장했고, 견고한 총 몸통과 함께 25발의 탄알집·거치대, 그리고 님로드(Nimrod) 망원 조준경이 장착됐다. 이 총의 특징은 아음속탄을 사용할 수 있고 접철식 개머리판 구조와 양각대에 철조망 절단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는 돌격용 버전에서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스나이퍼들은 레바논의 PLO 기지 주변에 설치된 철조망을 쉽게 돌파하고 기습공격을 가했다. 갈릴은 노리쇠 작동식 소총보다 정확성에서는 떨어지지만 전투시 대량 사격을 할 수 있었다. 탄환의 양이 이스라엘의 저격전에서는 더욱 중요한 요소였다. 레바논으로 전격 진출하는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돌파력과 미 제6함대의 막강한 화력지원으로 아랍 게릴라들의 전투력은 여지없이 붕괴됐다.

베이루트의 고층건물이 미군의 폭격으로 붕괴되고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들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군과 PLO 및 아랍국가 간의 치열한 전쟁은 막다른 상태로 치달았다. 쌍방 모두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마지막 교전에서 이스라엘군은 스나이퍼를 전장에 투입해 아랍군 병사들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군 스나이퍼 크라머(Chuck Kramer)는 베이루트에서 PLO 게릴라를 사살한 극적인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훌륭한 사격은 대부분 아주 먼 거리에서 이뤄졌고 명중은 600~800m의 거리에서 나왔다. 나는 운 좋게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두 명을 한 발로 명중시켰다. 오토바이를 탄 두 명의 게릴라가 약 1km 떨어진 곳에서 다가올 때, 나는 조준경의 십자선을 맞추고 직감적으로 한 발을 쏘았다. ‘탕-!’매우 고전적인 사격이었다. 오토바이가 전복되며 사람들이 길 위로 내팽개쳐졌다. 탄환은 틀림없이 운전자를 관통한 다음 뒤에 탄 동승자까지 명중한 것 같았다.”

베이루트의 시가전에서 PLO와 다른 아랍 게릴라들도 필사적인 저격전으로 이스라엘군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군은 게릴라의 저항을 분쇄하고 PLO저격 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항공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시가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러한 참담한 모습들이 아랍 테러리스트들에게 각인됐고, 후일 오사마 빈 라덴의 저주를 받는 원인이 됐다.

<양대규 전사연구가>  국방일보 2008.12.16

  1. 포클랜드 전쟁과 저격수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군 스나이퍼의 공격은 의외로 강력했다. 영국군들은 많은 전사자를 발생시킨 아르헨티나 저격수의 반격에 충격을 받았다. 롱던(Longdon)산 전투에서는 영국군 1개 중대의 공격을 한 명의...
    Date2010.12.21 By운영자 Views11686
    Read More
  2. 이스라엘의 저격전

    이스라엘군의 전략은 공세적이고 파괴적이며 가공할 핵무기 위력을 등에 업은 결사대가 보복공격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미 수십 년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방위전쟁에서 이러한 전략이 입증됐다. 따라서 이스라엘 방위...
    Date2010.12.21 By운영자 Views6634
    Read More
  3. 그레나다의 저격전

    미 해병대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전투를 개시하고 있을 때인 1983년, 미군 특수부대가 카리브해의 그레나다(Grenada) 섬에서 벌어진 소규모 분쟁에 긴급 투입됐다. 그레나다 좌익정부는 장갑차와 대공포로 무장한 ...
    Date2010.12.21 By운영자 Views8163
    Read More
  4. F-117 스텔스기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하는 F-117 스텔스기>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F-117 스텔스기는 197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미국이 스텔스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는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군...
    Date2010.12.10 By관리자 Views6404
    Read More
  5. 왓슨호 - 광양호입항

    미 해상 수송선 왓슨 호는 축구장 5개 규모의 수송 공간을 갖춘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군수기지다. 지난 3일 광양항에 들어온 미 해상 수송사령부 왓슨(USNS Watson) 호는 그야말로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미 군...
    Date2010.12.08 By관리자 Views5342
    Read More
  6. 라이트닝 볼트, 제우스 신의 무기 `번개'를 만든다고?

    장갑차를 공격하는 인공번개의 상상도. 그리스 신화에서 모든 신과 인간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제우스는 ‘이지스(aegis)’라는 방패와 함께 번개를 무기로 사용한다. 자연 현상에서 구름 하부의 양전하는 지표면의 음전...
    Date2010.12.05 By관리자 Views9174
    Read More
  7. 미육군 신형 저격총 XM2010

    미 육군의 신형 저격총인 XM2010. 미 육군은 9월, 약 3600정의 XM2010 저격총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안에 약 250정의 XM2010을 아프가니스탄 등에 우선적으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저격총인 ...
    Date2010.12.05 By관리자 Views10008
    Read More
  8. 미군 차기 유탄발사기 XM25

    미 육군의 차기 유탄발사기인 XM25 전 세계적으로 지능형 차세대 유탄발사기 개발의 붐이 한때 불었고, 그 선두에 선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1990년대 후반, 미 육군은 차세대 개인화기인 OICW(Objective Infantry ...
    Date2010.12.05 By관리자 Views8383
    Read More
  9. '조인트스타즈' 9∼12㎞ 상공서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

    한미연합훈련 2일차인 29일 한미 양국군은 항공모함 강습훈련과 해상자유공방전 등 고강도 훈련을 이어갔다. 양국 군은 이날 이지스함이 수백 개의 공중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ㆍ방어하는 대공방어훈련, 항공모함에 탑...
    Date2010.11.30 By관리자 Views4463
    Read More
  10. 차세대 분대지원화기 `XM-25'

    K-11과 XM-25는 은폐·엄폐한 적의 머리 위에서 공중폭발탄 을 터트려 적을 살상시킬 수 있다. 미군의 차세대 분대지원화기 XM-25.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K-11. K-11은 K-2소총에 쓰이는 5.56㎜탄과 20㎜ 공중...
    Date2010.11.22 By운영자 Views10511
    Read More
  11. 미 해군, 86번째 이지스함 취역

    [서울신문 M&M] 미 해군 신형 이지스함인 ‘제이슨 던햄’이 취역식을 갖고 전력화에 들어간다. 미 해군은 오는 1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항에서 신형 이지스 구축함, ‘제이슨 던햄’(DDG-109 USS Jason D...
    Date2010.11.16 By운영자 Views7411
    Read More
  12. 수중 돌격소총, 러시아 수륙양용 ASM-DT소총 개발 실전 배치

    <러시아의 ASM-DT. 위쪽은 유탄발사기와 대검을 장착하고 수중용 탄창을 삽탄한 상태며, 아래 쪽은 지상용 탄창을 삽탄한 상태다.> 구소련은 SPP-1M이라는 수중 권총을 성공적으로 개발, 운용했으나 곧 이것의 문제점...
    Date2010.11.08 By운영자 Views883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