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군 스나이퍼의 공격은 의외로 강력했다. 영국군들은 많은 전사자를 발생시킨 아르헨티나 저격수의 반격에 충격을 받았다. 롱던(Longdon)산 전투에서는 영국군 1개 중대의 공격을 한 명의 아르헨티나 저격수가 막았다. 이는 세계대전을 치른 영국군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한 영국군 장교는 당시 전투상황을 진술했다.
“아군 병사들이 꼼짝도 못한 채 똑같은 저격수에게 한 번 이상씩 사격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는 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아르헨티나 저격수의 놀랍도록 정확한 사격은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영국에서는 보다 저돌적인 구르카(Gurkha) 부대를 투입해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됐다.
네팔 출신 용병인 구르카 부대는 세계대전 중에도 독일군이나 일본군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공포의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혹한의 산악지대나 무더운 정글을 막론하고 야간전투와 육박전에 능숙하며 백발백중의 사격술로 적을 제압하는 무적의 전사들이었다. 구르카 부대의 참전소식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군의 사기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나이퍼들도 신중하게 표적을 찾고 저격의 성공률도 크게 저하됐다. 영국군들은 포클랜드 전투에서 적 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구스타프·밀란 등 대전차용 미사일을 사용했는데, 이는 고가품이었지만 아르헨티나 저격수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적인 무기였다. 그만큼 저격수의 위협은 전차 이상으로 큰 부담을 준 것이다.
영국군의 대저격작전은 소총과 미사일의 합작품이었다. 즉, 야간 조준경을 가진 병사가 예상되는 아르헨티나군의 저격 진지를 찾아 예광탄을 발사하면 그 탄착점을 향해 정확히 휴대용 미사일이 발사됐다. 저격수에게 포격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러한 전술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유행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자 영국군들은 적극적인 저격전으로 대처했다. 텀블타운산 공격 시 영국군 소대장 프래저(A. Fraser) 중위는 야간 저격작전의 극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아르헨티나군의 총탄이 아군 진지에 계속 쏟아졌다. 소대의 공격작전은 어둠 속에서 난관에 봉착한 듯했다. 그러나 제15소대의 스나이퍼 댈그리시(Dalgliesh) 하사가 야간 조준경을 사용해 아르헨티나 저격수의 머리를 명중시켰다. 적 진지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아르헨티나 병사는 몇 초 동안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아마 자신의 저격술을 원망하며 죽었을 것이다.”
포클랜드 전쟁은 결국 영국군에게 승리를 안겨줬으며, 스나이퍼의 활약이 승리를 앞당기는 자극제가 됐다. 아르헨티나군은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정예병사들에게 굴복하고 만 것이다.이러한 저격전을 위해 영국군은 구식 L42A1 저격소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1982년 말, 5개 소총중대로 하여금 전투사격 장비를 시험하고 분리형 10발용 탄알집을 채택, 소총의 화력을 증강시켰다.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 이후 영국군은 새로운 저격용 소총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이미 캐나다와 호주가 선택했던 파커 헤일 총과 올림픽 사격 챔피언 쿠퍼(M. Cooper)가 설계한 저격총, 그리고 포츠머스의 애큐러시 인터내셔널 회사가 제조한 PM총이 그 후보가 됐다. 그중 최종적으로는 PM이 선택됐으며 이는 1986년에 L96A1 소총으로 군에 보급됐다.
확실히 L96A1은 정확한 무기였다. 영국 워민스터(Warminster)의 보병학교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800m의 거리에서 대략 38cm 정도의 머리 크기만 한 목표물에 계속 10발의 총탄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애큐러시 인터내셔널 회사는 네 가지 복제품 소총을 설계했는데, 표준 L96A1 보병화기와 대테러용·소음용·장거리용 소총이었다.
특히 장거리용은 구경 0.30인치의 강력한 윈체스터 매그넘과 7mm의 레밍턴 매그넘 혹은 8.6mm(0.338인치)의 라푸아 매그넘탄을 장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총은 1000m 이상의 장거리 단발사격용으로 설계됐으며, 기호에 따라 적당한 배율의 조준경이 장착될 수 있었다. 이러한 네 가지 형태의 PM 저격용 소총은 전장에서 많은 융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격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 요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현대적인 새로운 무기가 계속 등장했다. 전장에서 PM(L96A1) 소총이 이룩한 명성과 함께 1990년대 초부터 새로운 AW 시리즈가 PM 시스템을 추종하기 시작했다. 이 AW시리즈는 특별히 향상된 노리쇠 작동식과 더욱 강해진 조준경을 자랑으로 삼았다.이러한 강력한 무기들이 나타나 현대 전장의 저격전은 더욱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됐다.
<양대규 전사연구가> 국방일보 2008.11.25
2010.12.21 22:58
포클랜드 전쟁과 저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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