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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오닝함.jpg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지난해부터 네 차례에 걸쳐 대만해협 인근을 항해하면서 태평양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중국의 꾸준한 군비 증강에 자극받은 미국 트럼프 정부는 강력한 국방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랴오닝함이 대만해협 통과에 앞서 홍콩에 기항하는 모습. 사진=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세계적으로 국방비가 증가 추세인 가운데 특히 동북아시아와 동유럽 지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지만 국가 간 안보분쟁이 격화되는 등 지역 안보정세가 복잡해지면서 군사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기 해소·안보 위협 증가 등 영향

세계 각국의 국방비 지출 총액은 5년 연속 상승세다. 영국의 국제 군사정보 전문업체인 IHS 제인스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국방비는 2014년 1조5260억 달러였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8년 1조67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18년 국방비는 2017년에 비해 증가율 3.3%로 급속한 증가를 보인 것이며, 냉전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던 2010년 1조6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세계의 기록적인 국방비 증가 요인으로는 우선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국방비 비율은 2.7%에서 2.2%로 하락했지만, 경제 규모 증가에 따라 국방비 액수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가 점차 해소되면서, 세계 각국은 착실한 경제성장에 따라 더욱 많은 액수의 국방비를 책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보적 위협도 국방비 증가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방비 증가율이 높은 국가로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한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미국이 꼽힌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계속 가열되는 미·중 대결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지역적 안보 불안의 와중에 있다.

또 세계 국방비 증가에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은 세계 군사비 중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의 국방비 증액이다.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미 국방부 예산은 2015 회계연도(2014년 10월~2015년 9월) 5600억 달러에서 2018년도 6120억 달러로 이 기간에 약 9.2%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비 증액에 역점을 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도 국방부 예산안으로 6860억 달러를 요구해 2018년도보다 무려 11% 가까이 증액하고 있다.

 

세계국방예산.jpg

 

中 해양 진출·北 미사일 등이 아시아 압박

아시아는 냉전 이후 국방비 증가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낮은 산유가격 영향 등으로 중동 지역의 국방비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아시아 전체의 국방비 증가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발행하는 ‘밀리터리 밸런스’ 2019년판을 보면, 2016~2017년 세계 군사비 증액 가운데 42.1%가 아시아 지역 국가에 의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중국 24.8%, 인도네시아 5.8%, 일본 3.6%, 인도 2.4%, 기타 5.5%였다. 결국 아시아 국가 가운데에서도 중국, 일본, 한국이 포진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비 증가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군사비 증가는 전략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IHS 제인스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 미사일 위협, 동남아 무장반군 활동 등이 이 지역 군사비 증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림반도 합병으로 동유럽 안보 위기의식

유럽 국가들은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따라 국방비를 증가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해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하자 동유럽 국가들은 안보 위기의식으로 군사비 증액을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과거 소연방에 속했던 발트해 연안 국가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루마니아다.

유럽 국가는 2009~2015년 국방비 규모가 침체된 상태였다. 유럽에 별다른 안보 위협이 없었으며, 경기 부진으로 국방비 배정에 소극적이었다. 그에 따라 미국은 다른 나토 28개 국가에 대해 GDP의 2% 규모로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을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2017년을 기준으로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3개국만 목표를 달성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의욕적으로 국방비를 증액해 ‘2% 목표’의 달성이 예상됐지만, 경제가 강한 회복속도를 보이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반면 유럽 국방비 증가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는 낮은 석유가격으로 국방비를 축소하고 있다. 러시아의 2018년 국방비는 431억 달러이며 전년도보다 8% 하락했다. 러시아는 2015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따라 세계 군사비 순위에서 러시아는 2017년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세계의 국방비는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에,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의 지적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도전하면서 점차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의욕적인 증액… 세계 국방비 40% 차지할까

미국 국방비가 세계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다시 40%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미 국방비가 세계의 다른 나라 국방비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2010년대 세계 국방비에서 미 국방비 비율은 30%대이며, 2000년대의 비율 인 40%대보다 뒤떨어진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의욕적인 국방비 증액 추진은 2000년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과 같은 강력한 힘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밀리터리 밸런스’ 2019년판에 따르면 미 국방비 비율은 2007년에 48.3%를 기록하는 등 미 국방비 액수는 세계 여타 국가 국방비의 합계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2013년 37.3%를 나타낸 뒤 줄곧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이 내년(2019년)도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국방비 비율이 40%에 올라설 수 있다. 미국은 늘어난 예산으로 미사일 방어, 함정 건조, 우주기반 체계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은 중국의 국방비 증액에 자극받은 것이다. 2017년 중국 국방비는 미 국방비의 4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1~2015년 10.1~12.2%, 2016~2018년 7.0~8.1% 비율로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의 국방비는 이제 미국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서 있다.<김 성 걸 정치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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