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훈~1.JPG

 

[사진=김태성 기자]


"연평도에 꼭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 가지고 연평도 갈 수 있겠나!"

올 들어 가장추웠던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교육훈련단 각개전투훈련장. 체감온도 영하 16도. K-2 소총의 총열이 얼어버릴 듯한 맹추위다.그러나 해병은 떨지 않았다.

홀겹 군복 하나에 얼음이 언 구덩이를 누운 자세로 지날 때엔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구령에 맞춰 낮은 포복htm_2010122013372820002010-002.jpg 자세를 로봇처럼 반복하는 이들은 해병대 1129기 훈련병이다.1소대 소대장 김태언(34) 상사는 “해병대 훈련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강행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고된 훈련이 끝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주먹밥과 약간의 김치지만 꿀맛이다. 점심도 순순히 먹는 법이 없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군가도 목청껏 불러야 한다. 그래야 밥을 먹을 수 있다.

"1129기. 소리가 그 정돈가?" 교관의 말 한마디에 젖먹던 힘까지 내어본다.
온기가 식은 주먹밥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김영수 훈련병은 "어머니가 해 준 밥과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지만 훈련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먹고 있습니다" 라며 씩씩히 웃어보였다.

 

이날은 해병대 신병교육의 꽃이라고 불리는 ‘극기주’ 셋째 날이었다. 5주차에 해당하는 ‘극기주’ 동안 신병들은 침투 및 각개전투 훈련, 시가지전투 훈련, 화생방 훈련, 고지정복 훈련을 받는다. 훈련병들은 하루 4시간 이내의 수면시간과 평소 절반 정도의 식사량으로 한 주를 버텨야 한다.

총 6주 교육과정 중 1주차엔 K-2 소총을 지급받고 비교적 가벼운 제식훈련과 비무장 구보 훈련을 받았다. 2주차에는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병아리 훈병이 처음 맞는 장애물은 목봉 훈련. 길이 5m, 무게 300㎏가 넘는 목봉을 12명이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고통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를 배우게 된다.

이들이 입소식을 치른 지 열흘 만에 연평도가 공격당했다. 김 상사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내 새끼들이 실무부대에 가서 살아남도록 만들기 위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1129기 신병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부터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등지의 배치받은 자대로 투입될 예정이다.

110657553.jpg박현근(20) 훈련병은 "전에는 북한을 적이 아닌 동지로 여기며 평화통일을 소망하는 학생이었지만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은 선배를 2명이나 죽인 주적이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박 훈련병처럼 조국을 위해 기꺼이 싸우겠다며 입대지원자들이 해병대로 몰리고 있다. 971명을 선발하는 이번 달 해병 모집에 지원자는 3488명. 3.5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가장 힘들다는 수색병과에는 11명 모집에 231 명의 젊은이들이 지원해 2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교육훈련단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복수나 응징을 상징하는 구호('빨간 명찰의 피와 땀으로 반드시 복수한다"천인공노할 북괴만행 해병대가 응징한다')도 다시 등장했다.

16일 새벽 3시. 해병대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는 관문인 천자봉 행군이 시작됐다. 훈병들은 20㎏이 넘는 완전군장을 하고 경북 포항시 대송면 대각동에 있는 운제산(471m) 대왕암까지 24㎞ 정도의 거리를 마라톤하듯 행군한다. 졸음과 피곤함을 참고 끝없이 발을 내디뎌야 하는 천자봉 행군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아침도 햄버거와 차디찬 우유 1개가 전부였다.

"1129기. 밥도 먹었으니 이제 한번에 오르는 거다. 알았나?"
"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턱에 숨이 차도록 오른 산 꼭대기. 한 훈련병이 갑자기 눈물을 쏟자 김 상사의 칼날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 자식이 왜 질질 짜나?"
"감격해서 그렇습니다.제가 해냈습니다."

훈련병의 대답이 모두를 한바탕 웃게했다. 천자봉 행군을 마치고나서야 비로소 전투복 오른쪽 상의에 붙어 있던 노란 명찰위에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붙인다. 한 청년이 대한민국 해병대원으로 거듭났음을 인정받는 자리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원의 첫 외침이다. 무적해병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2010/12/20 중앙일보>


  1. notice

    1980년대 해병대 유격교육대 훈련과정

    1980년대 해병대 유격교육대 훈련과정 ※ 오류로 인해 일부 사진이 노출되고 있지 않습니다. 수정 작업중이니 참고바랍니다. 연병장에서 바라본 벽암지 유격교육대 암벽오르기 교장 전경 (2000년 9월 사진 임영식기자)...
    Date2010.05.11 Category산악유격 By운영자 Views587534
    read more
  2. 1990년 22대대 5중대 IBS훈련

    1990년 22대대 5중대의 IBS 훈련 부대이동사진입니다. 인터넷에 많이 유포되어 있고 이미 이곳에도 올려진 사진인데 부사관 198기 정태화님께서 사진을 보고 연락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때가 해병대 고유의 큰무...
    Date2011.01.16 Category기습특공 By운영자 Views13248
    Read More
  3. 무적도 시범 (6여단 1995년)

    1995년 4월 8일 6여단 무적도교관 수료식에서 사진제공 : 김명환 24대 해병대사령관
    Date2011.01.15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5143
    Read More
  4. 1995년 105미리 사격훈련

    1995년 105미리 6여단 사격훈련을 참관중인 김명환여단장 (사진제공 김명환 24대 해병대사령관)
    Date2011.01.15 Category기타 By운영자 Views3105
    Read More
  5. 도로 위를 질주한 대규모의 상륙장갑차가 도착한 곳은?

    '날아라 마린보이'의 생생리포트!! 오늘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상황속에서도 야지에서 추위와 폭설을 견디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한 해병대 제1사단 장병들의 10년 호국훈련을 소개하겠습니다. ...
    Date2011.01.07 Category연합합동 By운영자 Views3685
    Read More
  6. 상륙해안의 지뢰제거중인 해안단 선발대

    상륙해안의 지뢰제거훈련중인 상륙지원대대원으로 구성된 해안단 선발대 2010.11 도구해안. 해병대 상륙지원단은 상륙군의 규모에 따라 해안단 및 해안분단을 구성하여 상륙군을 지원하고 상륙지원대대의 중대장이나 ...
    Date2010.12.29 Category병과별 By운영자 Views4389
    Read More
  7. 한계표식기와 양륙표지기를 설치하는 상지대대원들

    해안단훈련중 한계표식기(상륙해안의 좌측,중앙,우측을 표시)와 양륙표지기를 설치를 하고 있는 해병대 상륙지원단 상륙지원대대장병들의 훈련모습입니다. 예전에는 표지기의 명칭이 일괄적으로 해안표지기였었는데 ...
    Date2010.12.29 Category병과별 By운영자 Views5853
    Read More
  8. 어떠한 도발도 일격에 격퇴한다! 해병대 K-1 전차 사격훈련!

    어떠한 도발도 일격에 격퇴한다! 해병대 K-1 전차 사격훈련! (해병대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누가 뭐라고 해도 전차는 현대 지상전의 왕자다. 특히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해병대에게 전차는 자주포와 함께 운용 가능...
    Date2010.12.27 Category병과별 By운영자 Views8679
    Read More
  9. 상륙지원대대 유격훈련

    Date2010.12.26 Category산악유격 By운영자 Views6808
    Read More
  10. 2009 한미연합군수훈련

    2009 한미연합군수훈련(사진 : 부대제공)
    Date2010.12.26 Category연합합동 By운영자 Views2947
    Read More
  11. 상륙지원대대 해안단 LZSA 헬기유도

    2009호국훈현중 상륙지원단 상륙지원대대의 LZSA (착륙지대지원지역)운용중 헬기콥터 착륙유도장면입니다. (사진:부대제공)
    Date2010.12.26 Category병과별 By운영자 Views6965
    Read More
  12. 해병대만 보유한 장비, ‘비치 매트’를 아세요?

    역대 최대 규모의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28일 시작됐다. 이날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주변에선 해상상륙작전 및 해안선 방어작전 등이 진행됐다. 그런데 낯선 장비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바로 ‘비치 매트...
    Date2010.12.22 Category병과별 By운영자 Views5996
    Read More
  13. 해병대 훈련르포 "연평도로 보내주십시오!"

    [사진=김태성 기자] "연평도에 꼭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 가지고 연평도 갈 수 있겠나!" 올 들어 가장추웠던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교육훈련단 각개전투훈련장. 체감온도 영하 16도. K-2 소총의 총열이...
    Date2010.12.21 Category신병훈련 By운영자 Views578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57 Next
/ 57
메뉴닫기

전체 게시판

닫기

마이페이지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