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해병’ 정글 극복도 문제없다
“똑! 또독! 똑!”
한 줄기 햇살조차 들지 않는 태국 동부 사타힙(Sattahip)의 라타웬(Rattawen) 해병대 기지 내 정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수북이 쌓인 낙엽에 떨어지며 화음을 만들었다.
늦겨울이라는 10일 현지 기온은 섭씨 32도에 습도는 80%에 달했다. 10㎏이 넘는 전투군장이 어깨를 짓누르고, 굵은 땀방울이 온몸을 적셨지만 유준혁 소위를 포함한 한국 해병대원 9명과 미국·태국 해병대원 각 5명으로 구성된 ‘찰리팀’은 목표지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어디에 매복해 있을지 모르는 대항군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정글은 찰리팀의 전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무성한 가시나무는 전투복을 뚫고 들어와 몸 곳곳에 붉은 상흔을 남겼고, 칡 넝쿨은 팀원들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중 수색정찰조 임무를 수행하던 박형준 중사가 대항군의 매복을 발견하고 정지 신호를 보냈다. 팀원들은 무릎앉아 자세로 전방위 경계를 취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한국·미국·태국 해병대원들은 적과의 교전을 피하기 위해 우회기동을 선택했다. 덕분에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는 4㎞에서 5㎞로 늘었다.
정글을 헤맨 지 2시간여. 5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체력은 고갈된 지 오래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왜 여기를 따라왔을까’ 후회가 됐다. 그때 누군가 말없이 수통을 건넸다. 미지근한 한 모금의 물이 꿀물보다 달콤하게 느껴졌다. 등을 밀어주며 이제 1㎞ 남았다는 ‘전우’의 격려에 힘이 솟았다.
그로부터 1시간이 흐르고, 고대하던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미션 성공!” 평가관의 합격 발표에 3개국 해병대원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한미 해병대 수색대원들이 정글전술훈련 돌입 전 목표지점 좌표를 보며 이동 경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
# 뛰어난 임무수행 능력 ‘박수갈채’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대항군과의 교전을 피하는 길을 택하면서 부상자 발생 및 이동이라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것.
3개국 해병대는 부상자를 1명씩 선정한 후 들것과 어깨메어 방식으로 전우를 고정시켰다. 이어 급속 행군으로 3㎞를 질주, 주둔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정글전술훈련을 마무리했다.
3개국 해병대원들은 ‘알파’ ‘브라보’ ‘찰리’ 팀으로 나눠 정글전술훈련을 진행했다. 각 팀은 자존심을 건 선의의 경쟁으로 훈련장을 폭염보다 더 뜨겁게 달궜다.
3개국 해병대원들은 이날 암벽극복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훈련에서는 우리 해병대원들의 뛰어난 임무수행 능력이 빛을 발했다.
우리 해병대원들은 안전장비 없이 외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20~30m의 암벽을 순식간에 내려오는 급조레펠을 선보였다. 무적해병들의 능수능란한 동작은 타국 해병대원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한국·미국·태국 해병대원들은 15명으로 연합팀을 구성해 급조레펠·역레펠 훈련을 순환했으며, 팀원이 하강을 완료했을 때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등 끈끈한 전우애를 과시했다.
우리 해병대는 또 안전통제를 맡아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훈련을 종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해병대 수색대를 이끌고 있는 강지훈(대위) 중대장은 “최초로 해외에서 전개하는 정글전술훈련은 매우 의미 있는 연합훈련”이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해병대는 최악의 전투 상황에서도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코브라 골드 연합훈련은 1981년 미국 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사령부 주관으로 처음 열렸다. 무력분쟁이 발생한 가상 국가에 다국적군을 투입해 분쟁을 종식하고, 안정화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숙달하는 인도적·평화적 연례 훈련이다.
우리 군은 2009년까지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2010년 처음으로 해군·해병대 장병 332명과 상륙함(LST) 등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