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색대대-美3사단 수색중대 ‘눈과 하나되다’
하얀 눈이 펼쳐진 설원을 가르며 스키를 탄 수색대원들이 빠른 속도로 활강하고 있었다. 새하얀 설상복으로 온몸을 감싼 장병들은 언뜻언뜻 비치는 검은 위장크림이 아니었다면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눈과 하나가 돼 있었다.
해병대 수색대대는 지난 19일부터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자락에 위치한 해병대 산악 종합훈련장에서 미 해병대 3사단 수색중대 장병들과 함께 한미 연합 설한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8일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기록적인 혹한을 조금 비껴갔지만 험하고 춥기로 소문난 황병산에는 여전히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한 해병대지만 수색대대의 설한지 훈련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해병대는 6·25전쟁 당시 영하 45도가 넘는 개마고원의 혹한 속에서 13만 명에 달하는 중공군 9병단의 포위망을 뚫고 철수했던 ‘장진호 전투’를 통해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선행조건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수색대대 장병들이 한겨울 설한지를 극복하고 생존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이번 훈련을 기획하게 됐다. 특히 미 해병대 장병들이 훈련에 함께하면서 연합작전 수행능력도 키우게 됐다.
”감시·화력·저격·부상자 후송 …혹한 속 생존능력 향상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한미 해병대 장병들은 시원하게 윗옷을 벗어 던지고 눈밭을 내달렸다. 추위를 극복하고 강한 정신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하얀 입김이 훅훅 뿜어져 나오는 추위 속에서도 장병들은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뜀 걸음을 실시했다. “수중훈련 4개월에 수색대 용사! 상어를 달고 뽐내는 수색대!” 굳건한 표정으로 달리는 이들의 표정에는 ‘최강의 부대’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함께 달리는 미 해병대 장병들도 마찬가지였다.
훈련은 능선을 넘어 적지에 침투한 수색대원들이 은거지를 구축하고 감시·화력유도를 통해 심장부를 폭파한 뒤 기동·저격사격 등을 병행하며 부상자를 태우고 후송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육상침투에 나선 장병들은 발이 푹푹 꺼지는 겨울 산을 능숙하게 통과해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이후 몸을 숨길 수 있는 은거지를 만들고 경계를 시작했다.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경계를 서야 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끝까지 버텨야 하죠. 하지만 해병대 정신을 가진 수색대원들에게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병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계가 이뤄지는 동안 또 한 팀의 장병들은 감시·화력유도를 통해 목표지점 폭파를 시도했다. 잠시 후 이어진 ‘펑!’ 소리가 작전 성공을 알렸다.
“공세적 기질은 한미 해병대 ‘공통 DNA’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안전한 복귀만이 남았다. 스키를 탄 장병들은 저격조의 엄호 아래 부상자를 중심으로 대형을 이뤄 빠른 속도로 활강했다. 저 멀리 적이 추격하고 있는 상황. 요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저격조는 적을 상정한 목표물을 귀신과 같은 솜씨로 저격해냈다.
한미 해병대는 새달 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훈련을 설상기동훈련과 연합전술훈련으로 구분, 실시하고 있다. 또 상호 전투기술 교류를 위해 공통의 훈련과제를 선정했다. 설상기동훈련에서는 스키를 이용한 활강법과 기동사격술, 야지 전술기동, 산악 극복 레펠, 팀 단위 산악 장거리 설상기동 훈련 등이 이뤄진다. 연합 전술훈련은 야지에서 숙영을 실시하며 주·야간 상황에 맞춘 쌍방 훈련을 실시한 뒤 설상 침투훈련과 연계한 전술훈련과 침투·타격을 연계한 쌍방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훈련에 참가한 고남협(대위) 1사단 2상륙수색중대장은 “한미 해병대가 적의 중심으로 귀신같이 들어가 적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 명령만 내려달라”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이 현장을 찾았다. 이 사령관은 두 나라 장병들에게 “공세적 기질은 한미 해병대의 ‘공통 DNA’”라고 격려한 뒤 성공적인 훈련을 기원했다. <국방일보 맹수열기자. 사진 이경원기자>